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의정부·동두천·양주 지역 12곳의 농협에서만 1년 사이에 2억 원의 후원금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목회가 정치권에 건낸 후원금이 3억여 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의정부지검 등에 따르면 3개 지역의 농협중앙회 지부와 지역 농협에서 2009년 12월 1억 원, 2010년 8월 1억 원 등 2억 원이 후원금 명목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농협 관계자들을 소환해 이 돈의 조성 목적과 경위, 사용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
아직 거론되는 국회의원의 후원회 계좌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으나, 농협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국회의원 '입법 로비'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농협법 개정 '뜨거운 감자'와 농협중앙회 후원 공문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면서 지난 8월 논란을 일으켰던 농협중앙회의 '후원 공문'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기획실 대외협력팀 명의로 내부통신망에 '2010년 국회 농수산식품위원 후원계획'이라는 업무연락을 돌려 농수산식품위 소속 의원 18명에게 의원 1인당 직원 200명씩 총 3600명을 참여시키고 기부 현황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었다. 중앙회는 이와 함께 각 의원별 후원회 계좌와 기획실에서 배정한 각 사업부문 및 지역본부별 후원 의원을 안내하기도 했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논란이 되자 중앙회는 공문을 즉각 취소했고, 실제 후원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정황을 보면 돈을 모은 시점이 '8월'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일치해 실제 후원이 이뤄졌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정부 지역 농협 직원은 "정치인 후원금 명목으로 월급에서 10만 원을 원천징수했다"며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직원들도 거부감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후원의 목적성이다. 만약 농협에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후원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청목회 사건의 잣대로 보면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하고 후원 규모를 비교했을 때 파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농협의 경우 농협의 '신경분리'(금융 사업과 농축산물 유통 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이 국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계속 남아 있어 '입법 로비'의 정황도 충분하다.
정치자금법에는 법인이나 단체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공무원의 사무와 관련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조건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의정부.양주.동두천 뿐일까
수사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사 의뢰가 들어온 뒤 선관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해당 지역에 배당한 사건이어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청목회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밝힌 혐의 내용을 보면 8억 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38명의 국회의원에게 3억여 원을 후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농협 건은 3개 시군지역에서만 2억여 원의 뭉칫돈이 발견된 것이어서 후원금 규모는 청목회를 넘어설 수도 있다.
만약 논란이 됐던 후원 공문 내용만 실현됐더라도 3600명의 직원 1인당 10만 원 씩 18명의 의원에게 각 2000만 원 씩 총 3억6000만 원이 후원되는 것이었다. 검찰이 청목회 불법 후원 수사를 하면서 세운 기준이 1000만 원 이상 후원을 받은 국회의원이었다. 검찰의 수사에 따라 정치권에 또 한 번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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