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전야제에 참석한 100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12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한미 FTA 저지 국민 총궐기'를 통해 정부를 더욱 압박하기로 결의를 모았다.
'전야제' 가로막은 동국대 총학생회
이날 오후 7시 '전야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산하 단체 회원들은 갈 곳을 못 찾고 서성이고 있었다. '전야제' 장소인 동국대학교 정문 입구에 이 학교 총학생회 간부 10여 명이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 간부들이 저마다 하나씩 들고 있는 피켓에는 "민주적 절차와 합의가 무시된 한미 FTA 반대 시위 반대", "우리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교내 시위 반대" 등의 문구가 박혀 있었다. 범국본의 '전야제' 행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내용이었다.
'전야제' 행사 참가자들의 행렬이 계속 밀려들었지만 총학생회 간부들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총학생회의 한 간부는 "계절수업이 끝나고 지금은 시험기간"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도서관에는 불이 밝혀져 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총학생회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대형 집회가 끝난 자리에는 온갖 쓰레기가 넘쳐난다"며 "왜 동국대 학생들이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난감한 것은 범국본이었다. 자신들을 막아선 사람들이 경찰도 아니고 학교당국도 아닌 학생들이란 사실에 범국본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해버린 세태를 탄식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결국 범국본은 '전야제' 장소를 동국대 밖에 있는 '장충단 공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전야제, '장충단 공원'에서 자정까지 열려
시간은 훌쩍 흘러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장충단 공원'에는 1000여 명의 전야제 참가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연사들과 공연패들이 번갈아가며 무대를 오르내렸다.
범국본의 정광훈 공동대표와 민주노총의 허영구 부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범국본의 한미 FTA 반대 시위 과정을 소개하며 12일 오후부터 진행될 '한미 FTA 저지 국민총궐기 대회'에서 단합된 힘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특히 허 부위원장은 한미 FTA 2차 협상 기간 동안 방한해 연대활동을 벌여온 미국 노동계 대표단을 소개하며 오는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FTA 3차 협상 때도 한미 양국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항만노조의 아구스턴 라미네즈와 국제반전단체 앤서(ANSWER)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도 무대 위에 올라 한미 FTA가 향후 한미 양국 민중들에게 미칠 영향을 전망하며 "양국 민중의 연대투쟁으로 한미 FTA를 저지시키자"고 호소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타워크레인기사 노조, 이주노동자 노조 등 각 부문 노동조합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 현재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소개하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더욱 열악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노래와 연극 등 몇 차례의 문화공연을 끝으로 전야제는 자정 무렵 마무리됐다. 당초 범국본은 전야제 참가자들을 장충단 공원 일대에서 노숙을 시키고 12일 '국민 총궐기 대회'에 참석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비가 많이 내림에 따라 모두 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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