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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도 4대강 사업 비판 "농지 리모델링 문화재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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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도 4대강 사업 비판 "농지 리모델링 문화재 훼손 심각"

고고학 교수 30명 '4대강 문화재 살리기 모임' 결성

고고학계가 4대강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인근 농경지에 쌓아올리는 '농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유적 훼손의 위험이 크다"고 반발하며 본격적인 '4대강 문화재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한국고고학회장을 지낸 최병현 숭실대 교수, 이강승 충남대 교수 등 고고학계의 중진·소장 교수 30명은 1일 '4대강 문화재 살리기 고고학 교수 모임' 결성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중 농지 리모델링 지역의 문화재 발굴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우리의 역사 문화 자산인 매장 문화재에 대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은 결과, 중요한 문화재들이 사장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4대강 준설토를 농지에 성토하는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꼽았다.

▲ 전국의 고고학 교수 30명이 1일 '4대강 문화재 살리기 고고학 교수 모임'을 결성하고, 4대강 사업 구간에 대한 정부의 충실한 문화재 조사를 요구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날 교수모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대강 농지 리모델링 대상 7586만2000㎡ 중 문화재 조사가 이뤄진 구간은 전체의 7%인 547만9337㎡에 불과하고, 경남지역의 경우 전체 면적(2268만8000㎡) 중 불과 13%(301만8540㎡)만이 문화재 조사가 실시됐다.

특히, 경남 창녕군 비봉리 1지구의 경우, 지난 2006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배와 노 유물이 발굴되는 등 신석기 저습지 유적으로 드러나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지만, 이곳 역시 별다른 문화재 조사없이 농지 리모델링 지구로 선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도 경남 함안군 칠북면 덕남지구에서도 신석기 말 또는 청동기 초기로 추정되는 유물이 다수 발견됐으나, 이곳 역시 농지 리모델링 지구로 선정돼 성토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경남대 교수는 "문명은 큰 강을 끼고 발달한 충적지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점차 강 주변 충적지에 대한 문화재 조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충적지에 대한 조사가 요식 행위로 이뤄지고 있으며, 결국 곳곳의 매장 문화재가 폐기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농지 리모델링 사업은 4대강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농경지 상부에 2~8m 이상의 준설토를 쌓아올려 다시 농경지를 조성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표토를 제거하거나 배수를 위해 깊이 굴착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결국 매장 문화재를 파괴, 매몰해 영원히 사장시키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매장 문화재 '보고'인 강변 충적지, 농지 리모델링으로 훼손"

반면, 문화재청은 농지 리모델링 사업 지구 대다수가 이미 경지 정리가 완료된 지역이기 때문에 지표 및 발굴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기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문화재청이 영남고고학회(회장 조영제)에 회신한 공문을 보면, "이미 경지 정리로 지표의 현상이 변경된 지역에 대해 별도로 지표 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이 의문"이라며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사업 시행자인 국토해양부 역시 지난 2월 발표한 '4대강 주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통합시행 지침' 보고서에서 "경지 정리를 한 도면과 관련 서류를 첨부해 문화재 담당 부서에 제출하여 (문화재 조사) 면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농지 리모델링 지구 중 농경지 정리가 완료된 지역과 되지 않은 지역을 구분해 이미 경지 정리가 시행된 구간에선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병현 교수는 "수십, 수백만 평의 땅을 한 줌 파보지도 않고 육안으로 쓱 훑어보기만 한 상태에서 '유적 없음'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강변 충적지는 모두가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런 농지 리모델링 사업 지구의 80~90%가 유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 우리 문화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교수모임은 △농지 리모델링 지역의 매장 문화재 확인을 위한 조사 실시 △확인된 유적에 대한 철저한 발굴 △경지 정리를 빌미로 문화재 조사를 면제하는 특혜 행정 중단 등을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이렇듯 고고학계의 주요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며 모임을 결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 70여 명의 고고학 교수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30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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