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C&그룹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폐지론' 공세에 몸을 낮추고 있던 대검 중수부가 직접 칼을 뽑아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의 C&그룹 수사는 크게 △사기(특혜) 대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기업 부실 등의 세 가지 갈래다. 이 중 검찰은 사기 대출 혐의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가 오랜 기간 C&그룹에 대한 밑조사를 해왔다는 방증이다.
한 검찰 소식통은 "태광이나 한화 같은 경우 제보에 의해 수사가 개시됐고, 제보자가 구체적이고 상당한 양의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는 점에서 C&그룹의 수사와 검찰의 접근 방식부터가 다르다"고 말했다.
수사 주체도 차원이 다르다. 태광그룹과 한화는 검찰이 지검에 배당해 수사를 벌이면서 '기업 비리'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양상이지만, C&그룹에 대한 수사는 중수부가 기획단계부터 조사와 수사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에 수사 초점이 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명예가 땅에 떨어진 터라 이번 수사를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는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수2과뿐만 아니라 1과 인력까지 총동원해 죽기 살기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비자금 조성 및 로비 단계로까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임병석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비자금' 의혹의 핵심인 횡령 혐의는 넣지 않았다. 우 기획관은 "횡령이나 로비의혹 등도 나오면 수사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서민에게 피해를 입힌 부실기업 문제에 총체적 책임을 묻는 성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계에서는 '야당 실세를 겨냥한 수사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구 여권 소장파 L, Y'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온갖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초기 수사단계에서 거론되는 특혜 대출 의혹의 시기가 2006년 말~2008년 초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이미 "천신일, 한상률 등에 대한 수사는 미적거리면서 이번 수사는 유독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이유가 뭐냐"고 볼멘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C&그룹에 대한 수사가 야권만을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검찰 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곤욕을 치른 검찰이 재기작으로 다시 야권 인사들을 표적 사정하면 사실 관계를 떠나서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는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며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적당히 균형을 맞추면서 수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사의 경우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다가 정치인들을 기습적으로 소환하는 것이 관례인데, 기업 비리 혐의부터 수사를 하면서 여론을 살피는 것 같다"며 "수사 결과가 어떻든 간에 집권기 후반 레임덕 방지용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한 재계 10위권의 기업에 대해서도 곧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재계와 정치권 모두를 겨냥한 올 겨울 사정 한파가 어느 정도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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