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립대학들이 쓰지 않고 금고에 쌓아둔 적립금이 매년 늘어나 올해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 22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세미나를 열고 사립대학 재정 지원에 관한 입법과 대학평의원회의 자문기구로의 전환, 개방형 이사제의 자율적 운영을 요구하는 '사립대학 육성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25일 정부와 국회에 전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선진국의 사립대학 정부재정 지원율은 독일 100%, 프랑스·영국 90%, 일본 22% 등으로 정부지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 사립대학은 정부 지원이 법적으로 전무하다"며 "교육재원을 등록금에 의존하다 보니 학생 부담을 가중하고 열악한 재정상태는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교수·직원·학생·졸업생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는 교무위원회에서 심의한 사항을 반복 심의해 대학 행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평의원회가 자문기구로서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달라고"고 요구하는 한편, 개방이사도 대학에 따라 자율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한 마디로 정부의 재정 지원은 늘리고 대학의 자율성은 높여달라는 것이다.
대학들은 '열악한 재정'을 교육 발전의 장애물로 꼽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사립대 적립금 현황을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 받은 '전국 사립대학교 2009년 결산집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25개 대학의 적립금 보유액이 총 10조833억9356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조 원 중 148개 일반대학의 적립금이 7조7539억 원이었고, 이 중 이화여대가 7389억 원으로 1위, 연세다가 5113억 원, 홍익대가 4856억 원, 수원대가 2575억 원으로 1~4위를 차지했다.
2001년에는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이 4조64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07년에 5조5800억 원, 2008년에는 7조 원을 넘는 등 최근 급격히 적립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적립금의 91%가 대학 법인 수입인 법인회계가 아닌 대부분 등록금 수입으로 추정되는 교비회계인 것으로 알려져 대학들이 '등록금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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