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국제대회 모텔 바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는 대회 준비와 운영 측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숙박 문제였다. 보통 3~5만 원 하는 목포, 광주 지역 모텔값이 10만 원이 넘었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영암에는 특급호텔이 단 한 곳에 불과해 모텔을 두고 영국 <더 선>이 모텔의 청결 상태를 비난하는 보도를 냈고,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세라>는 "F1팀, 섹스모텔로 떨어지다"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숙박은 대회전부터 골칫거리였다. '허허벌판'에 경기장을 짓는 터라 주변에 특급호텔 등 숙박 시설을 지어도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유령 호텔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투자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이에 조직위는 크루즈, 한옥민박 등을 활용한 숙박 대책을 세우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참관한 강호진(35) 씨는 "어차피 관광도 할 겸 해남과 강진을 돌면서 숙박을 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광주·전남 지역의 숙박 인프라가 낙후됐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경기장 주차장은 외신 기자들도 "다른 나라의 대회장에도 이렇게 넓은 주차장을 보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1만3000대의 대규모 주차장이 설치됐지만 주변 도로 시설이 열악해 불과 10km를 이동하는데 2시간이 걸릴 정도로 체증이 극심했고, 셔틀버스마저도 운행 차질을 빚었다.
여전히 '공사중'인 경기장 관람시설 중에는 콘크리트가 채 굳지도 않아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곳이 있었는가 하면, 식당·음료수대·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미완성인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한국형 대회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당초 흥행 실패를 우려한 대회 조직위가 '자유이용권' 2만 장을 인근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뿌렸는데 59만8000원짜리 지정석 관중들의 항의로 자유이용권 소지자 출입을 금지시키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아직은 '남의 잔치'
F1이 '세계 3대 스포츠'라지만 이번 대회가 '남의 잔치'라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보통 F1에 출전하는 '머신'(machine)은 국내 경차 무게의 절반 가량인 620kg의 차체에 2400cc의 엔진을 얹고 350km/h를 질주한다. '페라리', '르노', '메르세데스', 'BMW' 등 자동차 브랜드들의 기술이 총집약 된 머신들이 굉음을 내며 영암 서킷을 질주했지만 그 곳에 모인 한국인들은 그저 '관중'일 뿐이었다.
▲ 22일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페라리의 알론소가 연습주행을 하며 코너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
세계 5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는 F1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비롯해 팀 구성, 대회 참가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F1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소다. 일본에서는 혼다가 여러 차례 우승을 했으나 F1에서 철수했고, 도요타는 수차례 도전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역시 철수했다.
이제 대회도 유치하고 경기장이 생겨 국내 인프라도 활성화 되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영암 F1 대회는 '유럽인들이 변방들 돌며 선보이는 축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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