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노동, 법정 최저임금을 밑도는 월급, 손님들이 연신 눌러대는 벨소리에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일이 끝나면 또 집안일이 잔뜩 쌓인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바로 식당 여성노동자들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식당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권리 찾기에 나섰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프로젝트다.
18일 민우회는 서울 정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거리 캠페인을 열고, 식당 여성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 개선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권 밥상 차리기', '고객 개념 지수 체크하기' 등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의 노동 현실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연 것.
민우회가 발표한 '손님들의 8가지 실천' 목록에는 △먹고 나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기 △벨은 필요할 때 한 번만 누르고 기다리기 △그릇에 휴지 넣지 말기 △반말 대신 존댓말 쓰기 △술 따르게 하기, 옆에 앉히기, 불필요한 스킨십 등 성희롱을 하지 않기 등 식당 노동자들의 '소박한' 바람이 그대로 담겼다.
▲18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정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거리 캠페인을 열고, 식당 여성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 개선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프레시안(선명수) |
민우회는 지난 4월부터 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노동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감사의 쪽지 내려놓기'가 그 시작이었다. 밥을 먹기 위해 자주 찾는 식당, 식사를 마치고 감사의 쪽지를 건네는 것만으로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다.
민우회가 제작해 배포한 명함 크기의 쪽지의 앞면에는 '고맙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뒷면에는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길잡이-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이란 소책자의 광고가 실렸다. 쪽지를 본 식당 노동자들이 요청하면 무료로 소책자를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다.
소책자에는 근로계약서 작성 방법, 산재 신청 방법, 성희롱 대처법 등 여성 노동자들이 꼭 알아야 할 노동 인권 상식부터 건강 자가 진단법까지 다양한 정보가 고루 담겼다. 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02-706-5050)에 전화해 신청을 하면 누구든지 받아볼 수 있다.
캠페인을 진행한 민우회 나우 활동가는 "활동가들이 감사의 쪽지 남기기 캠페인을 벌인 결과, 상담을 요청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식당 노동자들은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손님의 인사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작은 인사로부터 시작한 실천들이 사회적으로 저평가 되어왔던 '밥하는 노동'에 대한 인정과, 더 나아가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우회는 지난 상반기 동안 진행한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실태 조사를 토대로 내달 25일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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