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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 만난 대학, '원서 장사'에 재학생 출입금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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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 만난 대학, '원서 장사'에 재학생 출입금지까지

논술고사 이유로 휴강에 도서관 폐쇄…전형료 수입은 '두둑'

일선 대학들이 수험생에게 거둬들인 수십억 원대의 입시 전형료를 학교 홍보비 등으로 사용해 '원서 장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선 수시 논술고사를 이유로 수업을 휴강하거나 재학생의 건물 출입까지 막아 '학습권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27일 연세대학교 교무처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2011학년도 수시입학전형 논술고사에 따른 임시 휴강을 공지했다. 내달 2일로 예정된 논술고사 준비로 인해, 하루 앞선 1일의 수업까지 모두 휴강된 것.

▲ 27일 연세대학교 누리집에 공지된 휴강 안내문. ⓒ연세대학교

휴강도 휴강이지만,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주요 학교 건물 역시 논술고사를 이유로 출입이 통제돼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장 논술고사 당일인 2일 외에도 1일과 3일 학생들의 출입이 잦은 학교 도서관의 사용이 금지됐다. 학교 측은 "4만4000여 명의 수험생들이 동시에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중앙도서관 및 학술정보관도 시험 고사장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하지만, 대학 중간고사를 앞두고 도서관 폐쇄는 학생들에게 큰 불편일 수밖에 없다.

상황은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달 초부터 11월 말까지 대학들의 수시 논술고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휴강과 재학생의 건물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매년 반복돼 '학습권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평일인 내달 22일 수시전형 면접고사가 예정된 숭실대 역시 시험 진행을 이유로 전체 강의를 휴강했으며, 내달 8~10일과 11월 25~28일 논술고사를 치르는 서강대도 시험일을 'study day'로 지정, 전 수업의 휴강 방침을 밝혔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한다면 수시 전형을 이유로 총 3일가량을 휴강하는 셈이다.

연세대 재학생 공인주(가명·24) 씨는 "한창 취업 시즌인데다가, 2주 후면 중간고사라 도서관이 한창 붐비는데, 3일 씩이나 사용을 못하게 하니 난감하다"며 "더군다나 금요일은 정규 수업이 있는 날인데, 수업까지 일괄 휴강하는 것은 재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십억 원대 '전형료 장사'로 수입 올리기…학부모·수험생 등골만 휘어

대학들이 전 수업을 휴강하거나 도서관을 폐쇄하면서까지 대입 전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연세대는 2일 논술고사를 통해 일반우수자·조기졸업자·글로벌리더 전형을 통틀어 총 1950명을 선발할 계획이지만, 이날 논술고사 응시자 규모만 해도 4만4000여 명에 이른다.

이런 식의 대규모 대입 시험이 더욱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매년 수시모집 시기만 되면 소위 '전형료 장사'를 벌이는 일선 대학의 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들이 올해 수시모집에서 전형 유형을 대폭 늘리고 동일 차수 내 중복 지원도 허용하면서, 대학이 고액의 전형료를 노린 '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교육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학들은 수험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수험생들이 5~12만 원에 이르는 원서 비용을 많이 내도록 해 대학의 수입을 늘리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액의 전형료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수험생 한 명당 7~8개 대학에 원서를 넣는 사례가 흔해졌고, 심한 경우 한 학생이 입시 때 쓰는 전형료만 최대 1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입시 전형료 챙겨 홍보비로 '펑펑'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이야 절박할 수밖에 없지만, 대학들의 '전형료 장사'를 통한 잇속 챙기기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단계별 수시 전형에서 1단계 불합격자에게 환불되는 금액이 원서 비용의 3분의1 수준인 경우가 많아 대학 측의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능 성적과 내신으로만 산출하는 전형은 서류 검토 작업만 하면 돼 인건비 등의 전형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도, 전형료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금액만이 환불된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선 "대학이 사실상 우수한 학생의 선발을 미리 정해놓고서 전형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애꿎은 수험생만 고생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들이 이렇게 입시철마다 챙기는 전형료만 수천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개한 2009학년도 입학전형료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4년제 대학(182개교)이 입학전형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2000억 원에 육박했으며, 특히 수시전형의 수입이 1026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53.8%)을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입학 전형료는 5만3500원으로, 국·공립대(3만6400원)에 비해 사립대(5만6500원)가 더 높았고, 지방 소재 대학(3만6600원)에 비해 수도권 소재 대학(6만4800원)이 두 배가량 비쌌다.

한국 7~12만 원, 영국은 3만3000원 상한

전형료 수입이 많은 대학은 주로 서울지역 사립대였다. 지난 1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학년도 대입 전형료 수입이 가장 많은 학교는 중앙대로 62억7700만 원의 전형료를 챙겼다. 이외에도 고려대 61억6900만 원, 성균관대 60억7800만 원, 한양대 58억2700만 원으로 한 해에만 수십억 원의 전형료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수험생들에게서 거둬들인 고액의 전형료를 학교 홍보비, 공공요금 납부비, 직원 연수비 등으로 지출해 전형료를 '쌈짓돈' 마냥 쓴다는 비판 역시 제기됐다. 지난해 고려대는 20억7000만 원, 단국대는 15억5000만 원, 중앙대는 13억7000만 원, 성균관대는 11억3000만 원을 학교 홍보비로 사용했으며, 서울대의 경우 12억6500만 원의 전형료 수입 중 1억2200만 원을 전기 요금 등으로 지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대학이 전형료를 받지 않을 순 없다고 해도 이런 식의 전형료 수입·지출 구조는 비정상적이다. 결국 '수험생만 봉'이 되는 현실"이라며 "영국은 학생 1인당 전형료가 최대 18파운드(약 3만3000원)를 넘지 않도록 각 대학이 분담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이제 수험생들의 복수 지원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전형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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