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업에서 산별노조 전환의 파란불이 켜졌다. 국내 최대의 단위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위원장 박유기)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산별전환 여부를 묻는 총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 참가자 중 절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산별노조로 전환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오후 전날 실시한 산별전환 투표를 개표한 결과 전체 조합원 4만3903명 중 3만9966명(투표율 91%)이 투표에 참여해 그 중 2만8950명(71.5%)이 산별전환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반면 산별 전환에 반대한 조합원은 1만1172명(27.9%)에 불과했다.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 투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3년에도 산별전환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했으나 가결 조건인 투표참여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조직전환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노조에 대기업 이기주의란 비판이 거세게 쏟아지기도 했다.
그 후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 시도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상급단체인 금속산업연맹이 지난해 5월부터 산별완성위원회 기획회의를 가동하면서 올해 상반기 내에 산별전환을 마무리짓기로 결정하자 상황이 급반전했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은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이 금속산업 전체의 산별전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전력을 쏟았다. 물론 현대차 노조 지도부도 산별전환에 총력을 다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개표가 끝나자마자 "남한 노동운동의 새 지평을 연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4만3000명 조합원들은 현대차 노조의 19년 역사를 뒤로 한 채 이제 금속노조시대의 새로운 역사를 선택했다"고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의 박유기 위원장은 "4만3000명 조합원들의 투쟁력과 단결력은 금속노조 16만 조합원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산별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이러한 투쟁력은 금속노조의 새로운 힘이 될 것이고 산별협약을 완성시킬 투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산별전환 투표를 전후해서 일부 보수언론과 경영계가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기사와 논평을 내는 등 산별전환 과정에서 '은밀한 방해'가 많았던 만큼, 현대차 노조뿐만 아니라 상급단체인 금속산업연맹과 민주노총은 이번 투표결과에 매우 상기된 표정이다.
민주노총의 이수봉 대변인은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 결의로 비정규직 문제 등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사안에 대한 공동모색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한 뒤 "경영계도 변화된 환경에 맞춰 산별협약 체결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속산업연맹은 지난 21일 금속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50개 사업장 노조 중 24개 노조가 지난 26일부터 5일 간 연이어 산별전환을 위한 동시 총회를 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등 완성차 4사 노조를 비롯해 대우조선노조, 한국델파이 노조 등 대공장 노조들이 이번에 산별전환을 위한 총투표를 실시했다. 이는 금속산업연맹 내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12만여 조합원 중 91.6%인 10만5000여 명의 조합원이 산별전환 투표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30일 오후 5시 현재 현대차 노조에 이어 조합원 9149명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차 노조와 조합원 2098명을 갖고 있는 로템 노조도 압도적인 표차로 산별전환 방안을 가결시켰다. 이밖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조합원 1113명), 대우차판매 노조(조합원 149명), 두원정공 노조(538명) 등도 높은 찬성률로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했다.
그러나 한라공조 노조와 클라크지게차 노조에서는 산별전환이 부결됐다. 이밖에 기아차 노조와 대우조선 노조 등 11개 노조가 30일 오후 현재 개표를 진행 중이다.
금속산업에서 주요 단위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함에 따라 향후 금속산업의 노사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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