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노동건강연대, 민주노동당 등의 단체들은 15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해서는 당장 산재사망 기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KISCO 홀딩스 계열사인 환영철강에서 이 회사 직원 김모(29) 씨가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작업 도중 발을 헛디뎌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 용광로에 빠져 숨졌다.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는데, 김 씨는 사고 당시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내리려다 중심을 잃어 이런 일을 당했다.
"최소한의 위험 방지 시설만 돼 있었더라도"
참여연대 등은 "모든 산재사고 원인의 70~80%는 경영 혹은 안전 시스템의 문제"라며 "이번 산재 사망도 원천적으로 작업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작업 오류가 발생했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나서지 않도록 구조가 설계됐다면 생기지 않았을 죽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백번 양보해 펜스와 같은 최소한의 위험 방지 시설만 되어 있었더라면 29살 밖에 안 된 꽃다운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회사는 이번 사고를 고인의 책임으로 미뤄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들이 근본적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
이들은 "환영철강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회사의 노동조건이나 안전관리체계에 대해 총체적인 진단을 내리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이 1위"
정부의 산재사고 감시 감독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산재감소를 위한 100일 집중계획'을 선전했지만 정작 대상 사업장인 환영철강은 조사하지 않았다"며 "산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지만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고용노동부의 무사안일한 정책과 행정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목했다.
고용노동부 산재통계에 의하면 2009년 환영철강 등이 속한 '금속재료품제조업'은 전 사업장 평균에 비해 재해율은 2.2배, 사망률은 2.1배나 높았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일반 노동자에 비해 2배 이상 죽거나 다치고 있는 것.
책임자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반복적이거나 미필적 고의가 다분한 산재사망 사업주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기업 살인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만 도입 되더라도 노동자의 죽음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실장은 "문제는 산재사망으로 한 해에 수백 명이 죽지만 고작 4건만이 기소가 되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여기서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1~2건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처벌은 힘없는 중간 관리직이 받는다"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해도 대부분 노동자들의 과실로만 몰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선진사회로 나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은 산재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산재로 매년 수천 명씩 사망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2009년만 하더라도 사고로 1401명이, 각종 질병으로 780명이 죽었다. 하루에 6명꼴로 죽고 있는 것.
이들은 "30살도 안 된 젊은 노동자가 죽은 숫자만 해도 132명에 달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안전에 대한 노동자 참여 확대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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