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이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또 다시 배격 당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조해현 부장판사)는 27일 열린 이상철 전 월간조선 대표(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89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대표는 2007년 2월 <월간조선> 대표 시절 태광실업과 휴켐스 관련 기사 게재 청탁과 함께 박 전 회장으로부터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2년 전 일어난 사실은 기억력의 한계로 다소 불일치되는 진술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만, 박 전 회장의 경우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을 진술한다고 보기에는 상당한 진술 불일치가 나타났다"면서 "박 전 회장이 수사 단계보다 재판 단계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난 경위, 좌석배치, 배석자, 돈의 출처 등을 더 상세하게 진술하는데 이는 사건 관련자의 진술을 듣고 난 뒤 당시 상황에 맞춰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희미해지는데, 박 전 회장의 진술은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발전되는 것을 볼 때,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검찰 조사 단계에서 사건 정황 등을 들은 뒤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박진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박연차 회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1심을 깨고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박 의원의 항소심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회장은 1심과 다소 다른 진술을 해 스스로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렸었다.
잇따라 박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는 판결이 나와 이광재 강원도지사, 민주당 서갑원·최철국 의원 등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인사 중 박진 의원, 김정권 의원, 이상철 전 대표 등 여권인사들은 공교롭게 모두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야권 인사들만 유독 모두 항소심까지도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역시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내린 '혐의 없음' 결정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는 터라 대법원 최종 판단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커질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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