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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학문은 나를 키운 '강'을 지켜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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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학문은 나를 키운 '강'을 지켜주지 못했다"

환경학자 김정욱 교수, 4대강 사업 비판서 <나는 반대한다> 출간

원로 환경학자인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책 <나는 반대한다-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느린걸음 펴냄)를 26일 세상에 내놓았다. 평생을 환경공학 연구에 몰두하며, 새만금 사업이나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이 벌어질 때마다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이번엔 "강산을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뜨릴 재앙"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나선 것.

그는 40여 년간 환경공학을 연구하면서 처참하게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에서 목격해야 했다. "'잘 살아보자'라는 목표를 위해 시꺼먼 매연과 폐수를 거리낌 없이 쏟아냈던 70,80년대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고, 그 때마다 "자연과 함께 평생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눈앞에서 목숨을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 기억을 '40년 학문의 여정 속 가장 깊은 상처'로 여긴다는 그가, 다시 4대강의 현장으로 향한 것은 "참된 스승이자 부모였고, 삶의 지지자이자 학문의 자양분"이었던 자연이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개발이라는 이름의 토건사업으로 헝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40년 학문은 나를 키워준 강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돈 버는 콘크리트 더미가 되어버린 강"에 대한 학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나는 반대한다>는 과학적 근거와 풍부한 사례 조사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태와 환경에 대한 환경학자의 애정이 담긴 '환경과 삶에 대한 지혜서'이기도 하다. 김정욱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온 삶을 던져 '나는 반대한다', '강을 죽이지 마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내 40년 학문은 힘이 없지만, 내 60년 삶은 간절하다"

▲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룬 책 <나는 반대한다>를 펴낸 김정욱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선명수)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나눔문화 사무실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그간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에 앞장서온 종교계· 학계 인사들의 축사를 비롯해, 저자인 김정욱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그간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서면을 통한 축사에서 "강 '죽이기'가 '살리기'로 둔갑하고, '파괴'가 '복원'으로 둔갑하는가하면, 생태계의 가장 위험한 적이 '절친한 친구'를 가장하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 거짓의 거센 홍수 앞에서 국민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잘 모르고 있다. 김정욱 선생님의 책이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올 기폭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 지관 스님도 "<나는 반대한다>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대한 비판 교과서"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4대강사업저지를위한천주교연대' 대표 조해붕 신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9% 끝나고 단 1% 남아도 4대강 사업 막아야"

▲ <나는 반대한다-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느린걸음 펴냄)
저자인 김정욱 교수는 강연을 통해 "'왜 4대강 공사를 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은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라며 "자연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 하나의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 꼭 이론을 대야하는가.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말에도 이론을 대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러나 정부가 논리로 말하겠다면 저 역시 논리로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김정욱 교수는 "우리 헌법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말하는데, 국토를 엄청나게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민의 의사는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다"며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이고, 홍수 피해를 막는다는 엉터리 명분만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말 물 부족이 걱정이라면 하루에 1000톤 씩 물을 잡아먹는 골프장부터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며 "필요량보다 10배나 많은 물을 쌓아놓고,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뻔뻔한 소리를 할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욱 교수는 이어 "설령 4대강 사업이 99% 진행되고 단 1%가 남았다고 할지라도 이 사업을 막아야 한다"면서 "토건 국가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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