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더 선>의 보도에 아무런 출처나 근거를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사 본문 보기)
이 기사는 "김정훈 감독이 건설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 씩 노역하게 됐다", "김 감독은 포르투갈전에서 7-0으로 대패한 것을 비롯해 모든 경기에서 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믿음를 저버린 행위'를 저지른 죄로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다", "조선노동당 당적도 박탈당했다"는 등의 내용을 전하고 있지만 출처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근거를 밝히지 않은 사실을 나열한 이후 <더 선>은 익명의 '북한 소식통'의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해 "과거에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은 북한 선수와 코치는 수용소로 보내졌다"며 "이번 월드컵에 대한 북한의 높은 기대를 고려할 때 단지 이념적 불충분을 꾸짖는 것보다 더 안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미친 독재자 김정일(crazed dictator Kim Jong-Il)", "미치광이 김정일의 아들(loony Kim's son)" 등 감정적인 표현도 다수 나온다. 스캔들 기사를 주로 다루는 선정적인 타블로이드 매체 <더 선>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더 선>은 영국에서도 황색 저널리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 북한 김정훈 감독이 '강제 노역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한 <더선>. 이 기사에는 근거나 출처를 찾아볼 수 없다. ⓒ더 선 |
그러나 <조선일보> 등 대부분의 매체는 <더 선>의 보도를 단정적으로 받아 썼다. <연합뉴스>도 다른 언론사의 보도가 쏟아지자 2일 저녁 7시께 같은 보도를 올려 합류했다. 다만 <연합뉴스>는 "北축구팀 감독 강제노역(?)"이라는 제목에 붙인 물음표와 기사 끝에 "이런 내용을 어떻게 취재하게 됐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붙여 면피했다.
이 중 <이데일리>는 재일 축구칼럼니스트인 김명욱 씨와의 통화에서 "북한대표팀 관계자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김정훈 감독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명욱 씨는 "익명을 요구한 북한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김 감독과 북한대표팀 멤버들이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처벌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는 것이 북한 축구계의 공통된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일에도 북한 축구선수 정대세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슬픈 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강제 징역형' 논란은 다시 확대 되고 있다.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가정법' 보도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천리마축구단>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1966년 북한 대표팀이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룩했을 때도 남한에서는 '아오지 탄광' 루머가 퍼졌다고 한다.
영국인 다니엘 고든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1966년 당시 북한 대표선수들을 인터뷰 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천리마축구단>에는 "(북한) 대표단이 귀국하자마자 숙청 당해 탄광에 끌려갔다는 소문이 한동안 남한에 떠돌았다. 이태리전 승리에 도취돼 난잡한 파티를 벌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들은 이를 부인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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