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혁신적인 교육 정책을 내놓고 있는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역시 이번 판결의 밀접한 영향권 안에 있는 '당사자'다. 당장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 요청 건에서도 김승환 교육감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본 후 판단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며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같은 방침을 밝힌 상태다.
판결 다음 날인 28일 김승환 교육감에게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한국헌법학회장까지 역임한 헌법학자인 김승환 교육감은 이번 판결을 "선출직 교육감에게 '직무 유기죄'를 함부로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뜻"이라며 "지방 교육 자치의 시대 흐름에 맞는 판결"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특히 김승환 교육감은 교과부의 시대착오적인 '몰이해'를 비판했다. 그는 "교과부의 사고는 여전히 임명직 교육감 시대에 멈춰있다"고 강조했다.
"권한 해석 다르다 해서 교육부장관이 교육감 고발할 수 있나"
▲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뉴시스 |
김승환 : 지방 교육 자치의 의미를 짚은 판결이라는 데 있다. 교육 자치란 교육감이 지방 교육 행정을 그 자신의 권한과 책임 하에서 집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본인의 권한에 따라 책임도 스스로 진다.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 자신을 선출해준 그 지역 주민에 대한 책임을 뜻한다. 교과부 장관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또 하나는 교원에 대한 징계가 규정되어 있는 교원징계법을 물리적, 기계적으로만 해석하지말라는 지적이다. 법원은 교원 징계에 관한 조항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예기치 않은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프레시안 : 애초에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감 기소 자체가 무리수 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승환 : 어제 판결은 선출직인 교육감에게 형법상의 직무 유기죄 조항을 함부로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나 다름없다. 임명직 교육감과 선출직 교육감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 임명직 교육감은 상위 기관인 교과부장관의 명령과 지시에 그대로 따르게 되어있다. 그런데 선출직 교육감의 경우는 교과부 장관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한다든지, 지방 교육 자치의 정신을 훼손한다든지, 교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할 때는 그런 명령과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어제 판결은 이러한 지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또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 사이에 권한을 둔 해석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을 형사 고발하는 것(직무유기죄) 자체가 법리적으로 적정하지 않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설사 교과부가 형사 고발했다 하더라도 검찰은 형사 고발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해서 주도 면밀하게 법리 검토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 고발을 받아서 기소를 하는 것은 검찰권 행사 남용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현재 교과부와 교육감 간의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법조항이 많다.
김승환 : 현실에 적용할 때 지켜야할 원칙이 있지 않을까. 일단 지방자치 정신을 존중한다는 원칙, 그리고 교육감의 권한 영역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 한다는 원칙. 그리고 검찰권과 사법권의 개입은 2차적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선출직 교육감에 1차적으로 묻는 주체는 주민이 되어야 한다. 교육감을 제재하는 권고적 행사는 원칙적으로 억제되어야 한다.
▲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김상곤 경기교육감(왼쪽)과 김승환 교육감 모습. ⓒ김승환 교육감 홈페이지 |
프레시안 :일반 행정과 달리 교육 행정에서는 유독 중앙 정부와 교육감 사이에 갈등이 많은 것 같다.
김승환 : 왜 이런 일이 빚어지느냐. 일반 행정의 경우에는 지방 자치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재정 자립도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틀, 권한, 책임 이런 것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반면 지방 교육은 이미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을 제정하면서 지방 교육 자치 시대를 선언했는데 교과부는 지방교육 이전 시대의사고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때 사고는 어떤 사고인가. 과거의 사고는 '관치 교육행정', '중앙 집권식 교육 행정'을 생각하는 사고다. 그런 것은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강제하고 제재를 가하고 불이익을 주는 식이다. 쌍방 소통이 없다. 그리고 획일적으로 지시한다. 이는 지역 교육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한다. 지역 교육 자치란 지역마다 다양한 교육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교과부의 획일성은 이러한 가능성을 막아버린다.
프레시안 : 앞으로 교원평가제나 일제고사 등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질 텐데.
김승환 : 그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교과부는 어린 학생들의 시험을 자신들이 주관하겠다고 나온다. 그게 일제고사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누가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나. 당연히 현장 교사들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나오는 것이다. 물론 미달학생이 많은 지역, 그런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런 취지에 맞게 하려면 표집평가를 해야 한다. 전수 평가를 했기에 부작용이 날 수밖에 없다.
교원평가도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지 않으니까 우회해서 각 교육청에 규칙으로 만들어보라고해서 교과부가 원하는 것을 하려 한 것이다. 각 교육청에 지시해 획일적으로 교원평가 모델을 만들고 교사들 의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를 전국에서 모든 학교에 적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교육 자치는 설 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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