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남한강 일대에서 4대강 사업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오전 10시경 남한강 4공구 여주보 공사 현장 인근 약 2㎡ 크기의 웅덩이 2곳에서 피라미 등의 치어 1000여 마리가 폐사된 현장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지점은 여주보 공사 현장과 200m 남짓 떨어진 상류 지역으로, 준설을 위해 설치한 가물막이 안쪽에서 폐사한 물고기들이 발견됐다. 준설 현장으로 유입된 치어들이 물이 마르는 과정에서 말라 죽었다는 것.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남한강 여주보 공사 현장 일대에서 물고기 1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현장이 확인됐다. ⓒ4대강범대위 |
▲ 가물막이 둑 내에서 말라죽은 치어들. ⓒ4대강범대위 |
이에 대해 4대강 범대위는 "남한강의 준설로 인해 집단 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남한강 일대에서 진행 중인 반체절(半體切) 준설 공법은 하천의 일부 구간을 가물막이로 막고 물을 뺀 상태에서 준설을 진행해, 공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가물막이에 갇히 어류의 집단 폐사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어 "여주보 공사 구간은 구부러진 하도와 그로 인한 곡류로 다양한 어류들이 서식하는 수생태계적 가치가 높은 구간이었으나, 4대강 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해 오늘처럼 물고기의 대규모 폐사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이번 사태는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예고된 사고'"라며 "물고기의 산란기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공사로 인해, 수심이 낮은 지점에 몰리는 치어들은 공사 지점을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그간 환경단체들이 준설이 수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지적해 왔지만 시공사들은 이를 계속 무시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4대강 범대위는 폐사된 물고기 중 법정 보호종이 있는지 수거해 확인하고, 폐사 원인을 파악해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는 지난 4월 여주군 능서면 내양리 일대에서 역시 준설 공사로 인해 물고기 1000여 마리가 죽은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정부는 "폐사한 물고기는 1000여 마리가 아니라 30마리 정도이고, 죽은 물고기 가운데 멸종위기종은 없다"고 발표했으나, 폐사한 물고기 중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인 '꾸구리'가 발견돼 논란이 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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