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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피해자,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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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피해자, 또 있다

"한국노총 연맹 위원장, 총리실 직원에게 미행 당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지원관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벌여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가 확인됐다. 한국노총 산하 연맹 위원장 B 씨는 지난해 12월 총리실 직원과 총리실에 파견 나온 경찰관에 의해 미행을 당했다.

일명 '영포회 게이트' 사건의 피해자인 김모 씨 외에도 총리실의 사찰 대상에 오른 민간인이 더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둘러싸고 노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다. B 씨는 당시 한국노총 장석춘 지도부의 행보에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강한 불만을 토로해 온 인물이었다. 즉, 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총리실로부터 미행 등 내사를 당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총리실에서 영포회 사건을 검찰로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 범위 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미행하던 차 안에 총리실 직원과 포항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관 있었다"

<프레시안>이 B 씨의 주변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B 씨는 지난해 12월 자택 앞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자신의 차량을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길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음식점 앞에서부터 자신을 미행하는 검은색 차량을 발견한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B 씨는 운전 도중 주유소에 들러보기도 했다. 뒤따르던 차량은 주유소까지 쫓아왔다가 B 씨가 해당 차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성급히 주유소를 빠져 나갔다. 그러나 기름을 넣고 다시 달리는 B 씨의 차량 뒤에는 어느덧 또 같은 차량이 뒤따르고 있었다. 심지어 미행 차량은 하이패스 전용차선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B 씨를 무작정 따라오다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B 씨는 결국 경기도 일산의 한가한 길로 차량을 유도해 자신을 미행하던 차를 세우고 탑승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까지 부르는 소동 끝에 미행 차량의 탑승자 2명이 국무총리실 소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명은 포항북부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관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총리실 직원이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미행을 당했다"는 B 씨에게 "아무 일도 아니니 돌아가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했다 질의 직전 빠져나간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 PD수첩

평소에도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 100% 들어가니 조심하라"고 충고

이 같은 내용을 B 씨는 올해 4월 있었던 비공개 연맹 중앙위원회 자리에서 공개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B 씨가 본인의 사례를 털어 놓으며 저쪽이 무서운 사람들이니 여러분도 조심하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B 씨는 평소에도 주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 내용을 100% 다 들어가고 전화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노동계의 핵심 이슈는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금지한 노조법 개정안이었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이 법의 시행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뿐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까지도 정부와 각을 세워 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대체 정부와 싸울 생각이 있는 것이냐. 지도부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부 반발에 수시로 휩싸였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수차례 '사퇴' 요구를 받아야했다.

일부 산하 조직은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파기"를 요구했고, B 씨가 속한 조직 역시 "정책연대 파기"와 "장석춘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었다.

노조법이나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국노총 내부 내홍은 이번 '영포 게이트'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담당이다. B 씨를 사찰한 총리실 직원들이 이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문제가 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도 총리실의 정상적 보고 라인이 아닌 이영호 비서관에게 '직보'를 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인규 지원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몸통'이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까닭이다.

B 씨는 주변인들에게 "미행 외에도 각종 뒷조사를 당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행 외에도 자신을 둘러싼 광범위한 내사가 벌어졌다는 주장이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B 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내사 역시 총리실 주도로 벌어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총리실 "공기업 직원이어서 민간인 아니다"

총리실은 미행 등 관련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총리실은 "한국노총 연맹 위원장인 B 씨는 공기업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며 "공기업 직원이 평일 근무 시간 중 골프를 친다는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이어 "이는 민간인 사찰과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즉, 공기업 직원이니 민간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은 현행 법상 엄밀히 다르게 분류된다. 즉, 공무원이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공기업 직원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B 씨가 미행을 당했을 당시에는 노동조합 상급단체에 파견된 전임자 신분이었다. 따라서 총리실이 B 씨의 세부적인 활동 내용을 사찰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 직제규정이나 공직윤리업무규정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오직 공무원을 대상으로만 활동할 수 있고, 일반인은 공직자 비위에 관련된 경우에만 조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도 혐의가 있을 경우 경찰이나 검찰 등 수시기관에 넘겨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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