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때도 피자, 치킨 등의 배달업과 거리응원 주변 편의점 등 '월드컵 특수'는 재현됐다. 특히 26일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 전은 '수중 응원전'이 펼쳐져 붉은 색 비옷이 '대박 상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거리 응원 문화도 과거에 비해 성숙해졌다는 평가이지만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빠지지 않았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훼미리마트와 같은 편의점은 26일 하루에만 비옷을 수만 장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의 50~80배 늘어난 매출이고, 특히 붉은 색 비옷과 우산이 평소보다 곱절 이상 많이 팔려나갔다.
게다가 맥주, 아이스크림, 생수 등도 평소에 비해 10~25배 이상 많이 판매가 됐고, 전체 매출량도 평소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동네 피자, 치킨점 등 배달업체들도 선주문을 받지 않으면 주문을 못 받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과열된 열기와 방심이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27일 새벽 3시50분께 서울 양화대교에서 BMW SUV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택시와 스포티지 승용차 2대를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와 택시 승객 2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BMW와 스포티지 운전자 등 3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사고를 낸 BMW 운전자는 강동구 모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월드컵 응원을 한 뒤 혈중 알코올 농도 0.013%의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 때는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응원을 하던 대학생 4명이 승리에 도취해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이 중 한 명이 익사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었다.
흥분한 응원객들이 차량 위로 올라가 뛰어 다니는 추태도 계속됐다. 나이지리아 전이 끝난 뒤 서울광장에서는 어떤 '용감한' 청년이 경찰 기동대 지휘차량인 검정색 SUV에 올라가는 풍경이 목격되기도 했고, 마포 홍대 인근에서는 한 청년이 마을버스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이 벌이지기도 했다.
모 인터넷까페의 필명 '헨죠이' 씨는 지난 23일 "아침에 출근하려고 보니 본네트에서 선루프 차량의 지붕까지 발자국이 있었고, 마지막 발자국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차 지붕이 꺼져버려 있었다"면서 "월드컵 16강 진출도 좋지만 왜 남의 차를 사뿐히 즈려밟고 가는지 가슴 한켠이 쓰린다"고 호소했다.
인파가 밀집한 거리응원장에서의 성추행도 여전히 보고되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 파주경찰서는 응원을 하던 도중 여중생을 성추행한 강모 씨(48)를 성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성추행 피해를 토로하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대기업들의 과도한 '월드컵 마케팅'도 논란이 됐다. 기업들이 거리응원 전 현장에서 나눠주는 기업 로고가 박힌 각종 응원도구는 쓰레기로 남는 경우가 허다해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거리응원 장소 주변 건물의 대형 월드컵 '래핑광고'는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철거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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