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AFP, AP 등은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사라마구가 이날 사망한 사실을 전했다. 사라마구는 지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도원의 비망록>(1982), <눈 먼 자들의 도시>(1995), <동굴>(2001), <도플갱어>(2003), <눈 뜬 자들의 도시>(2004)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주제 사라마구(1922~2010). ⓒwordpress.com |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시력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지옥도를 그린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이런 사라마구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 소설을 낸 지 9년 만에 <눈 뜬 자들의 도시>라는 후편을 내,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또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사라마구의 작품이 국내에 많이 소개돼 있음에도 정작 그가 수십 년을 공산당에 헌신했으며, 말년까지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회주의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1975년 공산당 활동으로 포르투갈에서 추방당했을 정도로 열혈 사회주의자였으며, 죽을 때까지 그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용접공을 첫 직업으로 가진 사라마구는 25세에 <죄악의 땅>(1947)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후에도, 다른 많은 지식인과 다르게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사라마구가 1997년 발표한 <미지의 섬(O Conto da Ilha Desconhecida)>이라는 짧은 소설은 이런 그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이 소설에서, 모든 섬이 지도에 나와 있는데 무슨 미지의 섬 타령이냐는 힐난을 무릅쓰고 배를 타고 떠나는 선원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인류가 찾아가야 할 이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에 사라마구는 '희망'보다 '절망'을 많이 보았던 듯하다. 한편의 지옥도 같은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눈 먼 자들의 도시>는 9년 후에 '눈 뜬 자들'이 만드는 훨씬 더 지옥 같은 현실을 고발하는 <눈 뜬 자들의 도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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