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진흥위원회의 조희문 위원장과 영화계의 반발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와 영진위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들의 집회가 17일 오후 2시 홍릉 영진위 사옥 앞에서 열렸다.ⓒ프레시안 |
최근 영진위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 심사 당시 조희문 위원장이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작품을 선정하라며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5월 20일 심사위원들의 폭로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후, 영화계는 한목소리로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심재민 차관도 기자간담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상황. 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진위 위원장 직에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올해 들어 영화계는 조희문 위원장과 숱한 갈등을 빚어왔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공모사업에 있어서도 개운치 못한 뒷말을 남겼던 데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공모제 시행 시도, 그간 한국 영화인재의 요람이 되었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축소 시도 등으로 영화계 전반의 반발을 일으켰다. 2월에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영진위에 의해 새로이 선정된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지 않겠다는 보이콧 선언을 했는가 하면, 급기야 3월에는 영화인 1,600명이 조희문 영진위 위위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관련기사 참조 : 독립영화 감독 155인, 새 독립영화전용관 보이콧 선언, 영화계, 현 영진위에 사실상 '불신임' 선언)
그러나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공모는 정당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영진위가 실질적으로 90% 이상 지원하는 곳" 등의 입장만을 반복하며 영화계와의 반목을 거듭해왔다. 그러다 독립영화 제작지원에서의 부당개입이 밝혀진 후에도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나 오해가 있었다니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만을 발표하자, 영화계는 조희문 위원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로 신고하는 한편 사퇴를 요구해왔다. 이 와중에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시>가 작년 영진위가 실시한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에서 의도적인 배제를 당했다는 의혹이 수상 직후 다시 제기되면서 격렬한 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오늘 집회에 나온 영화인들은 조희문 위원장의 영진위 파행운영과 맞물려 일각에서 영진위 해체설이 나오는 것을 경계하고, "지난 기간 한국영화 발전의 요람으로 역할을 해왔던 영진위를 사수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최현용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사수'와 '사퇴'라는 상반되는 주장을 동시에 해야 하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 매우 씁쓸하다"고 말하면서, "영진위가 수행하는 각종 공적 기능의 마비와 소멸까지 예상되며 강력한 압박으로 오고 있으나 영진위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제기 하며 영화인과 문광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진위와 영화인을 위해 조희문 위원장의 반성과 사퇴는 필수"라는 것.
▲ 집회를 마무리하면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영화인들.ⓒ프레시안 |
결의문 낭독으로 집회를 마친 영화인들은 "영진위 파행의 주범인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과 함께, "한국영화 발전과 문화다양성을 위해 하루빨리 영진위가 정상화되길 바라며 영진위가 공적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한편 이 날 집회장에는 영진위에 의해 지난 2월 새로이 사업자로 선정된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와 광화문영상미디어센터의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맞시위를 벌이며 '조희문 위원장 구하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과 동행한 일부 원로영화인들은 집회가 시작될 무렵 집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을 에워싸고 집회 도중 반말, 욕설 등의 고성을 지르기는 했으나, 초반에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을 뿐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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