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4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작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NAFF 남종석 전문위원, 김영빈 집행위원장, 권용민 프로그래머, 박진형 프로그래머.ⓒ프레시안 |
올해 부천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영빈 감독은 "관객중심 영화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스탭과 자원활동가가 모두 '굿 호스트'가 되어 관객들을 모시는 굿 호스트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부터 그간 영화제 상영관이었던 복사골 문화센터 대신, 영화제 사무국이 새로이 둥지를 튼 만화영상진흥원의 400석짜리 상영관이 새로운 공식 상영관으로 포함돼 극장 간 이동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김영빈 집행위원장은 "서울로 향하는 심야버스 시간도 조정해 서울 관객들이 보다 편안히 영화를 관람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올해 상영작들의 경향으로 "보다 세부 장르화의 경향이 명확해진 점"을 꼽았다. 각 섹션에 출품된 작품들이 그 섹션이 지향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것. 전통적으로 폭력과 섹스 등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을 특별히 묶어 상영하던 '금지구역' 섹션의 상영작들도 예년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는 것이 프로그래머들의 설명이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아무에게나 소개할 수 없는 작품들, 영화를 보던 우리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영화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작년까지 '오프 더 판타스틱'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던 섹션은 올해부터 '비전 익스프레스'라는 새로운 섹션으로 개편됐다. 실험성과 대중성,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빈 디젤의 디아블로>와 TV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의 각본가 출신인 폴 쉐어링 감독이 연출한 <엑스페리먼트>가 선정됐다. 2002년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동명의 독일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일명 '스탠포드 대학 감옥실험'으로 잘 알려진 1971년의 실제 심리학 실험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에이드리언 브로디, 포레스트 휘태커 등이 주연을 맡았다. 폐막작은 <미스터 주부퀴즈왕>으로 데뷔한 유선동 감독의ㅏ 두 번째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 교생실습>이 선정됐다. 김수로, 황정음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고사 : 피의 중간고사>의 흥행에 힘입어 만들어진 속편으로,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황정음은 올해 부천영화제의 홍보대사인 '피판 레이디'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 김영빈 집행위원장과 올해 피판레이디로 활동할 황정음이 피판레이디 위촉식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프레시안 |
부천영화제의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 장편 섹션에는 올해 칸영화제 초청작인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신작 <고백>, 인기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실사판으로 옮긴 타카마츠 신지 감독의 <은혼> 등을 포함해 총 12편이 선정됐다.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스트레인지 오마쥬' 섹션에서는 <제8요일> 등을 만든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미스터 노바디>,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후안 호세 캄파넬라의 ,비밀의 눈동자>, 그리고 작품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스파 노에 감독의 <엔터 더 보이드> 등 세 편이 상영된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배우 오구리 슌의 감독 데뷔작인 <슈얼리 섬데이>와 소설가 츠지 히토나리가 '츠지 진세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연출에 도전한 첫 작품 <아카시아> 등이 비전 익스프레스 섹션에서 상영되며, 박진형 프로그래머가 "어느 해보다도 강도가 세다"고 자랑했던 '금지구역' 섹션에서는 이와즈미 코이치 감독의 신작인 <완전한 가족>과 아드리안 가르시아 보글리아노 감독의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등 네 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부천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올해 회고전의 주인공은 이두용 감독과 건담이다. 이두용 감독의 무수한 작품들 중에서도 '도시무협'을 표방한 작품들만 모은 이번 회고전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새로이 복원해낸 작품들을 위주로, 전설의 <외다리> 시리즈부터 가수 전영록이 주연을 맡은 <돌아이>까지 총 6편을 상영한다. 또한 '허공을 가르는 발차기 : 이두용의 액션 시네마'라는 제목의 메가토크도 열릴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이미 국내 건담팬들의 흥분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동전사 건담 : 우주세기의 기억' 특별전도 올해 부천영화제 기획 중 가장 돋보이는 섹션이 될 만하다. 1981년작인 <기동전사 건담> 1편부터 최근 새로이 완성된 <기동전사 건담 UC>까지 총 8편의 상영이 예정돼 있다.
이에 비하면 특별전은 다소 빈약한 편. 부천영화제가 '장르 용사들의 귀환'이라 이름붙인 '판타스틱 감독백서' 특별전은 이전에 부천영화제를 통해 작품이 소개된 적이 있는 감독들의 신작을 모은 섹션이지만, 상영 편수는 네 편에 불과하다. 그나마 97년 <스타워즈> 3부작이 새로이 디지털로 보정돼 재개봉할 당시 전통적인 열혈팬들의 '분노'를 담아낸 <조지 루카스 :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가 눈에 띄는 정도. 테리 길리엄 감독 특별전인 '테리 길리엄의 상상극장' 섹션도 특별전이라 하기에는 다소 빈약하게도 네 편만을 상영한다. 그러나 테리 길리엄 감독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외에도 77년작인 <자버워키>와 81년작 <시간도둑들>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치 않은 기회인 것이 사실이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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