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대니 조단(Danny Jordaan)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경기장 내 부부젤라 사용을 금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경기장 각계가 (부부젤라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국가 연주나 장내 방송이 나오는 동안에는 부부젤라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이미 요청했다"며 "(부부젤라 사용을 자제시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단 대변인은 그 스스로는 부부젤라의 팬이 아니라며 "나 같으면 차라리 노래를 부르는 걸 택하겠다"고 말했다. 또 "거대한 응원 소리는 항상 경기장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으니만큼, 관중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방법을 권유할 것"이라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할 때도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지금 당장 관객들의 부부젤라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세계 축구팬들과 선수들의 불만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을 알린 셈이다.
▲부부젤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상적인 응원도구다. ⓒ연합 |
부부젤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부족인 줄루족이 사용하는 나팔 모양의 전통 악기다. 마치 벌떼의 날갯짓을 증폭한 것과 같은 '부'하는 소리의 굉음이 뿜어져 나오는 게 특징으로, 음역이 최대 120데시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톱과 기차소음이 각각 100데시벨, 110데시벨이니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부부젤라를 부는 이들조차도 경기장 내에서는 여럿이 내는 고음으로 인한 고막 손상을 염려해 귀마개를 착용할 정도다.
아프리카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부부젤라 안티 사이트마저 생겨났다. 과거에는 사냥을 나갈 때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응원도구로 보편화됐다. 원래는 상아나 소뿔로 만들었으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보급품이 지난 2001년경부터 널리 사용됐다.
프랑스팀의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11일 우루과이전을 끝낸 후 "사람들이 오전 6시부터 부부젤라를 불어 잠도 잘 수 없었다"며 "(부부젤라 소리) 때문에 경기장에서 동료와 대화도 나눌 수 없다"고 불평했다.
아직은 부부젤라 사용을 강제적으로 강제할 수 없으나, 이런 대응이 본격 착수된다면 문화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직까지 '남아공의 전통 응원방식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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