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 보르델로의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긴 불가능하다. 펑크(Punk)에 뿌리를 뒀지만 집시음악, 왈츠, 포크, 레게 등이 빠짐없이 뒤섞여 있다. 언론에서는 도저히 이들을 설명할 길이 없어 '집시 펑크' 정도로 부르는데, 카테고리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 '끝내주게 흥겹다'는 설명만이 가장 이들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고골 보르델로 [Trans-Continental Hustle].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
이들의 메이저 데뷔 앨범 [Trans-Continental Hustle] 역시 그간의 노선을 확실히 밟아간다. 첫 곡 <Pala Tute>는 베이루트(Beirut)의 데뷔앨범을 50배쯤 빠른 속도로 재생한 것처럼 들리는 집시풍 노래다. 가장 전형적인 펑크라 할만한 <Immigraniada (We Comin' Rougher)>, 클래시(The Clash)를 연상시키는 <Raise The Knowledge> 등은 펑크의 기운에 거부감을 느낄만한 이들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곡들이다. 펑크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들의 앨범을 들으면서 클래시는 물론 포그스(The Pogues), 스페셜스(The Specials) 등을 연이어 떠올릴 것이다.
이 앨범에 주목할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이다. 릭 루빈은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의 원년 DJ이자 힙합과 록을 뒤섞는데 있어 입지전적의 경력을 쌓은 데프 잼(Def Jam) 레코드의 공동 설립자다. 그는 주특기를 살려 비스티 보이스는 물론 슬레이어(Slayer),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메탈리카(Metallica),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등의 음반을 제작(Produce)해 명성을 날렸다.
고골 보르델로는 이런 그가 메이저로 끌어올린 새 '물건'이다. 보증수표가 확실히 붙었단 얘기다. 이들의 신보는 올 여름을 책임질 불타오르는 앨범이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난달 발매됐다). 정말 좋은데, 뭐라 더 설명할 길이 없네. 직접 엠피스리(MP3) 파일을 돌리기도 그렇고.
▲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
역시 뜨거운 앨범들
맞다. 우려먹기다.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이미 재녹음(리마스터)된 앨범의 수록곡 배치를 바꾸고, 30주년 기념 공연 디비디(DVD)를 더 붙인 것에 불과하다(앨범 커버도 바뀌었다). 곡 재배치도 라이브 순을 그대로 따랐다. 그런데 DVD의 수준이 정말 뛰어나다. DVD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은 소장 가치가 있다. 라이브 시작 전 펼쳐지는 레이저쇼가 이 앨범의 역사적 의의를 그대로 상징한다. 영국의 새로운 헤비메틀(NWOBHM)은 노동자의 음악이었다. 본 앨범과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데뷔앨범은 헤비메틀의 노동자계급성을 상징했다. 단순하다 못해 우직하게 들리는 드럼 비트, 샤우팅 이상의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직한 보컬, 그리고 계급적 자긍심과 주류와의 비타협성을 강조하는 노랫말. 기타를 잡아본 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연습했을 곡인 <Breaking The Law>와 주다스 프리스트를 라디오 스타로 만들어준 <Living After Midnight>은 이를 상징하는 곡들이다. 이 앨범을 들은 수많은 메틀키드들이 주다스 프리스트가 닦아놓은 길 위에 올랐다. 그리고 점차 선배가 보여준 계급성을 버리고 음악 엘리트로 올라섰다. 메탈리카(Metallica)는 그 성장의 절정을 보여줬다. 80년대는 헤비메틀의 시대였다. 이 앨범은 이 시대를 열어젖혀 비주류의 음악을 주류로 올려놓았다. 다시 헤비메틀이 주류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는 지금, 주다스 프리스트는 여전히 헤비메틀의 미래다.
'성난 젊음이 내뱉는 영혼(Soul)의 노래' 정도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무서운 기세로 '블루 아이드 소울(백인이 부르는 소울)'의 차세대 기수로 떠오르는 플랜 비(Plan B)가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국내에는 첫 라이센스된 음반이다. 1983년생인 플랜 비의 본명은 벤자민 폴 발란스 드류(Benjamin Paul Ballance Drew)다. 영화배우로도 활동한 이 잘생긴 친구는 '흑인의 그것보다는 담백한, 주류 팝보다 작가주의적'인 블루 아이드 소울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간다. '에미넴과 마빈 게이의 결합'이라는 표현이 잘 와 닿는다. 신작은 전작보다 랩의 비중이 줄었다. 첫 곡 <Love Goes Down>만 듣고선 그가 래퍼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랩에 익숙지 않은 청자도 무리없이 진행하는 그의 랩을 듣는 게 어렵지 않다. 뛰어난 송라이터이자 연주자인 플랜 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중충한 영국 젊은이의 오늘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노래한다. 그가 단순히 흑인음악만을 섭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데뷔앨범 [Who Needs Actions When You Got Words]의 제목을 국내에는 니르바나(Nirvana)의 커버로 잘 알려진 미국의 인디록 밴드 미트 퍼펫츠(Meat Puppets)의 유명한 노래 <Plateau>에서 따 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음악적 자양분이 넓은 송라이터가 청자에게 실망감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플랜 비는 이미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의 솔로 공연 오프닝에 나섰으며, 앞으로는 보다 록적인 곡들을 만들 가능성도 있음을 언급했다. 현재도 성장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는 이미 영국 차트를 정복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이후 영국 팝 시장이 또 하나의 거물을 길어냈다. 남성이니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와 비교해야 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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