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관계자는 11일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에 대한 2심 판결이 나온 뒤 이렇게 말했다. 이광재 당선자의 2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7.28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총 8곳에서 치러지는 7.28 재보궐 선거 가운데 무려 3곳이 강원도다.
이 당선자를 둘러싼 '잡음'을 잘 알면서도 54.4%라는 득표율을 준 강원도민의 '정치적 판단'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내가 뽑은 도지사가 일을 못하게 됐으니 역으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고 직전까지도 이광재 당선자 측이나 민주당은 조심스럽긴 하나, 2심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내다봤었다. "선거에서 뽑혀 취임식도 아직 안 한 당선자에게 직무 정지를 내리기는 부담이 크지 않겠냐"는 기대섞인 낙관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기대를 져 버렸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친노 인사의 당선이라는 대역전 드라마는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부활한 '노짱의 오른팔' 이광재 당선자는 11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참으로 피눈물 나는 시간들이 흘러간다"고 했다. 그의 다음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새 도지사의 직무정지로 취임식마저도 불투명해진 강원도의 행정과 민심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이광재 "가슴 아프다…동계올림픽 유치 위해 최선 다하겠다"
이광재 당선자는 짧은 기자회견 도중 "참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네 차례나 했다. 이 당선자가 토로하는 억울함의 핵심은 재판부가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 기회를 주지 않은 데 있다. 박 전 회장은 최근 이광재 변호인단에게 법정에 나가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고, 이에 이 당선자 측이 변론 재개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5~6차례 10억 원이 넘는 돈을 거절한 사실이 있음이 밝혀졌고 박 전 회장이 나에게 줬다는 돈도 절반은 무죄로 인정 받았다"고 덧붙였다.
2심 판결로 취임식과 동시에 직무정지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지방정부도 국민에 의해 선택된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나라를 걱정해나가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고만 했다.
그는 현행법과 관계없이 도정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가적 과제이자 강원도민의 열망인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광재 당선자는 짧은 기자회견 도중 "참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네 차례나 했다. ⓒ연합뉴스 |
이광재 측 "대법원에서 '박연차 진술기회'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
이 당선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다. 항소심 형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될 경우 이 당선자는 도지사 직을 잃게 되고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당선자는 박 전 회장의 발언 기회를 집중적으로 호소할 계획이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프레시안>을 만나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증인인 박연차 전 회장의 얘기는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법원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보다 2심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다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을 집중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 당선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실관계에 대한 심리는 항소심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 측의 이런 주장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2심 선고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파기환송은 충분히 가능하다.
행안부의 '직무정지 처분 고시' 취임식 후에 나오면 '직무대행' 임명도 가능
대법원이 궁극적으로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최종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이 당선자의 직무는 정지된다. 현행 지방자치법 때문이다. 형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국회의원 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은 확정되기 전이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무가 정지된다.
당장 취임식 개최 여부부터가 불투명하다. 이 당선자의 취임식을 직무 범위 내로 볼 것인지 아닌지가 모호하기 때문.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선자 신분에서 직무정지에 해당되는 판결을 받은 경우는 전례가 없다.
취임식이 공무수행의 연장선이라면 취임식 개최는 불가능하다. 반면 단순한 의전행사로 볼 경우 취임식까지는 열릴 수 있다. 강원도는 이 당선자의 취임식 개최 및 참석 여부와 관용차 및 관사 사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할 예정이다.
더욱이 직무대행을 수행할 사람을 이 당선자가 임명할 수 있는지도 논란 거리다. 이런 많은 문제의 최종 결론은 행정안전부에 달려 있다. 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도 실제 직무정지 처분을 통보하는 것은 행안부이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직무정치 처분 고시를 내지 않으면, 이 당선자의 업무 수행은 일단 가능하다.
민주당 "행안부에 소명하고 설득하는데 총력 다할 것"
때문에 행안부의 직무정지 처분 고시 시점이 관심을 모은다. 이 당선자의 측근도 "전례가 없어 행안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고시 시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고시가 이 당선자의 취임 이후 내려질 경우 도지사 직무대행을 직접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도 행안부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이 당선자의 사안은 도지사 업무 수행 시점에서 발생한 혐의가 아닌 만큼 보통의 직무정지 사유와 관계가 없다"며 "직무정지 처분을 하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 행안부에 충분히 소명하고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명과 설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이 당선자 측과 협의 아래 행정소송, 직무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지방자치법에 대한 헌법소원 등의 법률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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