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7.28재보선이 문제다. 모두 8곳에서 치러지는 재보선, 미니 총선이 될 수밖에 없는 재보선, 또 한 번의 정권 심판장이 되게 돼 있는 재보선에서마저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세종시·4대강에 손을 댔는데도 또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때 가서 뭘 또 내놓겠는가.
가정상황보다는 실제상황에 가깝다. 7.28재보선이 치러지는 8곳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서울 1곳, 인천 1곳, 강원 3곳, 충남·북 각 1곳, 광주 1곳이다. 모두 야당 광역단체장을 배출한 곳이다. 그만큼 반MB정서가 강한 곳이다.
일단 진다고 보는 게 속 편하다. 7.28재보선에서도 여당이 패배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정치 일정과 계획을 짜는 게 효율적이다. 인적쇄신을 하더라도 재보선이 끝난 다음에 하고, 정책기조를 바꾸더라도 재보선 결과를 본 다음에 하는 게 낫다. 그래야 지불하는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아는가. 청와대의 다짐처럼 중도실용을 전면에 내세워 여론몰이를 하면, 여권의 계획처럼 거물들을 대거 재보선에 내세워 선전을 하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인적쇄신도 소폭으로 줄일 수 있고 정책기조도 큰 틀을 유지할 수 있다.
청와대로선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다. 그래서 일단 버티는 것이다. 여당 초선의원들의 정풍 수준의 쇄신 요구도, 야당의 내각 총사퇴 요구도 일단 못 들은 체 하는 것이다.
주목할 건 그 다음이다. 어차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면 7.28재보선 후 딱 한 번만 치르는 게 효율적이라는 청와대의 판단 기저에 깔려있는 또 다른 셈법이다. 7.28재보선을 '바닥'으로 설정하고 이후 상승장세를 꾀하는 또 다른 전략이다.
청와대가 이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두 개의 근거가 있다. 하나는 경제고 다른 하나는 의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1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최고"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듬는 친서민 기조를 어이갈 것"이라고. 이 말엔 기대가 깔려있다. 경제 성장 기조를 이어가면, 여기에 '친서민 이벤트'를 가미하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의 민심을 다시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수도권 화이트칼라층을 다시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다.
국회는 변하지 않았다. 지방권력은 야당에 내줬지만 의회권력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사실이 믿음을 키운다. 의제 설정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적당한 시기를 골라 선거 여파를 차단하는 거대 이슈를 터뜨리고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하면 청와대가 국정주도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믿음이다. 터닝 포인트에서 회심의 일격을 가하면 내년까지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관건은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외부변수를 제외하고 순전히 내부변수만을 살피면 관건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동요폭에 달려있다.
지방선거에서 직격탄을 맞은쪽은 친박이 아니라 친이다. MB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친이가 반MB 바람에 휘말려버렸다. 이들이 동요하면, 이들이 정권의 명운보다 금배지의 수명에 더 신경을 쓰는 상황이 연출되면 청와대가 꾀하는 '대반전'의 동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필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친이를 확고히 틀어쥐어야 한다.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7.28재보선까지는 반MB 정서를 달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채질할 공산이 크기에 그렇다. 인적쇄신과 정책기조 변경에 '배째라'로 일관하면 반MB정서가 더 커지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하지 못한다. 청와대가 친이에게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 알 수 없기에, 친이의 쇄신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난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단정하지 못한다. 곪아가는 상처가 곧 터질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지방선거 이후 당내 쇄신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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