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승리했다. 서울에서 한명숙 후보가 패했지만 당초 열세 전망을 뚫고 모니터에서 눈을 못 떼게 하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게다가 인천, 강원, 충남북 승리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패했다면 책임의 화살이 모두 정세균 대표에게 집중될 뻔 했다. '5+4 야권 선거연합 테이블'이 깨졌고 공천·경선 갈등 책임론도 잠복해 있었다. 선거 개시 이후에도 천안함 정국으로 인해 당이 혼란에 빠졌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수도권 열세를 면치 못하며 정세균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팽배해 있었다. 7월초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보였다.
그런데 모든 악재가 뒤집어졌다. 웃음을 되찾은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대표가 임기를 꽉 채우는 것은 물론 당권 재도전의 기틀을 닦았다. 벼르고 있던 비주류 세력의 목소리도 한동안 잠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손학규, 친노, 386 등으로 구분되던 세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폐족'의 위기에 처해 있다가 전장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친노 그룹이 역학 관계 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소득은 항상 '인물난'에 허덕이던 민주당이 차기 리더군을 구축하게 됐다는 것이다. 송영길, 이광재, 안희정 당선자 등40대 주자들은 중앙 정치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적 갈등 관계를 유지하며 존재감을 키워 나갈 기회를 잡게 됐다. '김상곤이 뜬 것'은 김문수 지사와의 갈등을 통해서였다.
이들은 또한 기존의 리더들과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적절히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차기 상비군'으로서의 새로운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도 큰 소득이다. 4대강 사업, 검찰 개혁 등의 현안 이슈들에 대해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의석수 부족에 무기력했지만, 충남 경남 등 지자체 권력을 통해 세종시,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에 의미 있는 태클을 걸 수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천안함 북풍 사건, 관권선거 시비 등 각종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면서 "부자감세, 4대강 토목사업 등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이제 중단하고 국정운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갈등 요소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결과론이지만 한명숙 후보의 석패는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다. 서울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그렇다. 한 후보가 선전했지만, 당 차원에서의 선거 전략과 지원이 적절하고 충분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등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앞으로 택할 행보도 관심사다. 리더십의 세대교체에 대한 전망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과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 지도체제 개편도 여전한 쟁점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집단 지도체제로의 변경을 공식 제안했고, 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더불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야권 선거연합의 위력도 차후 당의 세력 구도 재편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동안 민주당을 지긋지긋하게 따라 다니던 패배주의, 인물난, 무기력증의 삼중고.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이 삼중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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