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설화에 자주 시달리는 정운찬 총리가 이번에는 '인터넷 문화 비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정 총리는 지난 25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자율형 공립고인 원묵고에서 특강을 하던 중 질의 응답 시간에 한 학생이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냐'는 질문에 평소의 지론인 다독(多讀)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니 "문자로 인쇄된 신문을 보는 것이 인터넷보다 훨씬 유익하다"면서 "인터넷 보급이 한국 문화의 수준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더불어 학생들에게 인터넷 사용을 줄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취지일 수 있지만 정 총리가 한 말만 두고 보면 인터넷 자체에 대한 혐오증을 드러낸 듯한 뉘앙스여서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민주당 조대현 부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정보통신 강국을 지향해온 대한민국 총리의 언급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현 정부가 민주정부 10년에 비해 정보통신 분야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지식인의 발언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부대변인은 "신문은 신문대로, 인터넷은 인터넷대로 그 씀씀이와 효용성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국민은 각자의 환경과 필요에 따라 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데도 총리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반박했다.
조 부대변인은 특히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이 한국문화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억지역설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는지 총리의 교양수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부대변인은 정 총리의 잇따른 '설화'에 대해 "가볍고 무책임한 언행으로 국민 가슴에 상처를 준 게 벌써 몇 번째이냐"며 "아무리 총리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따갑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보급이 아니라 총리의 경솔하고 성찰 없는 언행이 나라의 수준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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