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골목길. 송경동 시인의 칼칼한 목소리가 비를 머금은 공기를 갈랐다. 시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함께한 이들의 근심에 찬 표정도 더욱더 어두워졌다. 무거운 분위기 탓인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유달리 슬퍼보였다.
지난 25일 오후 6시, 갤러리 '류가헌(ryugaheon.com)'에서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10명의 사진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모습을 수개월에 걸쳐 기록한 사진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갑철·한금선·조우혜·김흥구·최형락 작가는 낙동강을, 성남훈·최항영 작가는 한강을, 노순택·강제욱 작가는 영산강을, 이상엽 작가는 금강을 렌즈에 담았다.
이들이 카메라에 4대강의 아름다운 모습만 담은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 탓에,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곳곳은 포클레인으로 유린당하는 형편이다. 이들은 이렇게 4대강이 유린당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들이 자신의 작업을 "파괴의 기록"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회에 그치지 않고 오는 여름, 가을, 겨울 계속해서 4대강을 찾아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또 계속해서 파괴되는 모습을 기록할 계획이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앞으로 수차례에 걸친 전시회와 책으로 더 많은 시민을 만난다. 오는 30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장도의 시작인 셈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최형락) |
이들은 "강과 자연, 인간과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 4대강 사업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나오는 사진을 통해서 시민 한 사람이라도 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10명의 사진가가 이례적으로 함께 한 이번 프로젝트는 최근 새로운 '포토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이미지프레시안'을 시작한 프레시안이 주관한다. 전시회의 사진은 앞으로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서도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바로 가기 : 이미지프레시안)
ⓒ한금선 |
ⓒ이상엽 |
ⓒ최항영 |
ⓒ노순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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