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환거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270원까지 돌파하는 등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전날보다 35.5원 급등한 1250.0원으로 마감했다. 1222원 대에서 출발한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급등했으며, 장 막판에 들어서야 급등세가 다소 완화됐다.
원화 약세가 빠른 속도로 이어지자 이날 한국은행은 통화금융대책반을 소집해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심리 안정에 나섰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도 "정부는 환율의 쏠림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간접적 구두개입에 나섰다.
원화가치가 이처럼 하락한 이유는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BOS)이 스페인 최대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국유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이마저도 스페인의 재정난으로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투자자금의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붐을 타고 저축은행이 급성장했으나,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대부분이 부실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에서 시작한 유럽발 재정위기가 이제 스페인으로 번졌다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이에 더해 천안함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북한이 강경 대응책까지 세우자 시장이 사실상 패닉 장세로 돌입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군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당분간 남북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짐에 따라 한국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24일 1.43%포인트에서 이날 10베이시스포인트(bp, 0.1%포인트)가 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부도위험도가 높아지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해외채권 발행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한국 국채의 CDS프리미엄은 전날보다 9.7bp 상승한 1.52%포인트(152bp)까지 올라 작년 7월 2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 룸에서 한 딜러가 주문을 내고 있다. ⓒ연합 |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급락해 1560.83을 기록했다. 개장과 함께 1600선이 무너졌던 증시는 투자심리 악화로 장중 1530선 대까지 밀렸다.
연기금이 오후 들면서 매입폭을 확대해 그나마 낙폭이 줄어들었다. 이날 기금은 총 2935억 원의 순매수 자금을 증시에 쏟아부었다. 투신권에서도 매수 물량이 집중되면서 이날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5359억 원에 달했다.
연기금이 증시에서 2000억 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8년 10월 27일(5397억 원) 이후 약 1년 반만에 처음이다. 급락장세가 연기금의 저가 매수에 힘입어 반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기금은 대형주들을 집중 매수하며 코스피 낙폭을 줄였다.
기관이라는 '안전판'이 없는 코스닥은 5%가 넘는 폭락세(5.54%)를 막지 못했다. 이날 하락폭(26.37포인트)은 작년 4월 28일(26.60포인트) 이후 최고치며, 하락률도 작년 1월 15일(5.84%) 이후 가장 컸다.
반면 외국인은 5875억 원의 순매도로 일관, 7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팔아치운 총 규모는 3조 원이 넘는다. 5월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보인 날은 지난 11일(154억 원)과 13일(674억 원) 단 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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