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 본사 대표이사실 점거
1년6개월 전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청주공장에서 해고된 이후 복직투쟁을 벌여 온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 5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 본사 건물 대표 이사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청주에서 상경했다. 당초 본사 항의방문을 마친 후 자체 일정을 따라 1주일 간 상경투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본사 앞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비상계단을 통해 12층에 있는 대표이사실을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너무 기습적이어서 저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현재 하이닉스 측은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하이닉스 본사 건물 밖에는 1개 중대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하지만 하이닉스 측은 경찰에 진압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직무대행은 "도대체 하이닉스의 입장이 뭔지를 듣기 위해 점거농성에 들어갔다"며 "1년6개월 동안 하이닉스는 우리들의 요구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12월 말 하청업체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하청업체에 소속된 200여 명의 노동자를 집단해고했다. 노조 측은 노조결성 때문에 하이닉스-매그나칩이 하청업체를 폐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 직접교섭에 나서라"
이번 점거농성은 원청업체인 하이닉스-매그나칩을 교섭장에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간 노조는 수차례 직접교섭을 요청했으나 하이닉스-매그나칩은 제3자라는 이유로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그 대신 지난 1월부터 하이닉스 사태 해결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중재단을 통해 노조-중재단-하이닉스·매그나칩 간의 간접교섭만 진행됐다. 하지만 간접교섭은 4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공전만 거듭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간접교섭의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최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사태와 GM대우 창원공장 사태가 잇따라 해결된 것도 이번에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가 점거농성에 들어가게 된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과 GM대우 창원공장은 하청노동자 해고 문제로 장기간 몸살을 앓아 오다가 최근 이 회사 원청업체가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극적인 합의가 도출됐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울산공장과 KM&I 군산공장에 대해 법원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도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가 하이닉스-매그나칩 측에 직접교섭을 재요청하게 된 주요한 계기가 됐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하청노동자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원청업체가 쥐고 있다는 우리의 주장이 현대하이스코와 GM대우 사태 해결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며 "하이닉스 사태 역시 원청업체가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와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하이닉스-매그나칩은 냉담한 분위기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농성자들은 하이닉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단지 우리 협력업체 직원이었을 뿐"이라며 이들을 교섭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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