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천안함 대치 구도가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선거 초반에는 '북풍' 논란이 일며 여당에서는 "과잉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야당에서는 "천안함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였으나 상호 비방전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민주, '안보 무능론' 공세
'안보무능', '책임자 처벌'로 초점을 모은 야권의 공세가 더 적극적이다. 민주당 김유정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어설픈 북풍으로 선거를 치러보려 했던 이명박 정권이 자승자박하고 있다"며 "정권심판 혹 떼려다 안보무능 혹 하나 더 붙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2002년 제2 연평해전은 북측의 도발에 즉각 대응한 상황이었고, 천안함은 경계에 실패한 상황인데, 당시 한나라당은 대통령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며 "그랬던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온당한 요구에 '친북 반정부적 행동'이라느니 '북과 대치된 안보상황을 모르는 무식의 소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세균 대표도 부산 유세에서 "이명박 정권은 안보에 구멍을 내놓고서 야당 탓,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고 내각은 총사퇴해야 하며 군 책임자들도 당연히 군사법원에 회부돼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이 야권에서 천안함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은 '안보 무능론'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서는 '육군 병장 유시민'이라는 피켓을 내걸며 이명박 대통령 등 현 정권의 군 면제자들과 대비시키는 감성 자극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대해 '깔끔하지 않다'고 보는 여론이 상당한 것 같다"며 "오히려 '북한 소행'이라는 언론 보도가 계속돼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었고, 결과 발표 후에는 안보 무능론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나라, '색깔론' 수비
한나라당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앙선대위 스마트전략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 운동권 정당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보다 북한 당국을 더 두둔하고 군인보다 인민군을 더 두둔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절망감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정몽준 대표는 연일 '북한 비호 야당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 대표는 22일 회의에서는 "민주당이 북한을 비호하며 여당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집단 최면의 사고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군내 양심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제 민주당의 양심선언이 필요하다"고 비난했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을 봐도 천안함 여야 대치 국면은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3일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정협의를 열면서 당 차원에서도 대북 압박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야당에 '대 북한 결의문' 채택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설 전망이어서 24일 열리는 국회 천안함 진상규명특위에서 한바탕 설전이 예상된다.
또 24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 28~29일 예정된 한중, 한중일 정상회담 등도 선거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천안함 사건이 뜨거운 이슈이기는 하나, 사안의 성격상 지지층 결집 이상의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며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쪽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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