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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인 시리즈' 두 번째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일본의 히라타 오리자 작이다. 박근형 연출로 한국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 리조트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본인의 일상을 포착, 그대로 무대에 올려놓았다.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은퇴이민, 이지메문화, 히키코모리, 소토코모리 등 일본 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그들만의 문제로 특수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문제로 스며들게 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이곳에 있는가.
- 침묵으로 확대되는 인간의 고독
극이 진행되는 속도와 양은 실제 시간이 흐르는 만큼이다. 약 100분의 공연 시간 동안 말레이시아 리조트 발코니에서 일어나는 100분 정도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곳에 드나드는 익숙한, 혹은 낯선 사람들의 마주침과 대화로 이뤄지는 이 연극은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대면하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내용은 사소하고 평범해서 몰래 엿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그들은 과연 소통하고 있는가. 그들은 이곳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나 그렇게 됐다. 현재의 건강, 취미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술이나 골프 등 함께하기를 요구했으나 반복해서 거절당할 경우 서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내뱉은 대화는 어딘가에 부딪혀 메아리로 돌아오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들은 은퇴이민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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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롤 되지 않는 인간의 고독
세노이족이 있다. 세노이족은 꿈을 긍정적으로 해몽하고 컨트롤 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노이족의 꿈 풀이는 일종의 관광 상품이다. 꿈은 현실의 반영, 혹은 현실 탈피다. 꿈속은 자유롭고 또 억압돼 있다. 현실을 대신하나, 그래서 허망한 것이 아니던가. 히키코모리였던 미쓰루는 말한다. 현실도 어쩌지 못하는데 꿈을 어떻게 컨트롤 하겠는가라고. 다양한 꿈은 다양하게 해석되며 다양하게 기억된다. 술을 놓지 못하는 아키라는 반복되는 기억이자 꿈, 영웅 하리마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데없이 형상화되어 갑작스레 등장하는 이 꿈(환상)은 조용하고 무료한 극의 전체 분위기와 이질적이며 과격하다. 생생하게 살아 시끄럽게 움직이는 하리마오는 평온한 일상을 사는 그들의 꿈이자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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