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260여 개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2006지방선거시민연대'가 15일 발표한 '각 정당의 5.31 지방선거 공천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민주적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고 있다는 각 정당들의 주장은 '자화자찬'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 제외하면 다 마찬가지…우리당보다 한나라당이 좀 낫다?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전국에서 조사된 내용이 취합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16개 지역 중 3개 지역(19%)에서 경선을 실시했고 나머지 지역은 무경선 단수공천했다.
한나라당은 절반인 8개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했고, 나머지 지역은 전략공천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후보를 낸 모든 지역에서 전략 혹은 단수 공천했다. 유일하게 민주노동당만 모든 지역에서 당원직접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출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공천 실태 역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지방선거시민연대의 주장이다. 경선을 실시한 지역이 우리당은 184개 선거준비지역 중 55개(30%), 한나라당은 187개 선거준비지역 중 47개(25%), 민주당은 31%, 국민중심당은 41%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경선 가운데에서도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결정 지역이 28%로서 실제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비율'은 전체의 2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시민연대는 전국적으로 당원투표에 의한 공직후보 선출 원칙을 갖고 있는 민노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경우 "이번 공천과정을 두고 공천혁명에 가까운 혁신이 이뤄졌다고 자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민주적 상향식 공천이라 평가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선거시민연대는 "각 정당이 전략, 단수 공천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심사와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갖는 공천심사위원, 공천심사 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심사위원의 명단과 주요 약력을 모두 공개하고 있는 반면 우리당은 중앙당 공선심사위원 명단 비공개, 시도당 공천심사위원도 30% 정도 비공개하고 있다.
우리당의 경우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각종 로비와 청탁이 몰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방선거시민연대는 '명단을 감추면 로비와 청탁이 근절된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해야 당원과 유권자, 언론의 견제를 받아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공천심사 기준 역시 아예 비공개된 경우가 많고 공개하더라도 '당의 이념과 취지에 적합한 인물' '당성, 당기여도가 높은 인물' 등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우가 많아 "각 당의 공천과정은 과거 '밀실공천' 시절과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천탈락하면 당 간판 바꿔서…여전히 수두룩한 '철새'
지방선거시민연대가 언론과 홈페이지를 통해 파악한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의 공천 이의제기 사례도 총 164건에 달했다.
공천심사에 대해 신뢰성을 의심하며 심사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 경우, 전략 공천에 반발해 경선을 요구한 경우 등 전통적 사례들이 다양하게 나타났고 특히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으면 당적을 바꿔 출마하는 이른바 '철새 사례'들도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 조사가 지난 달 25일까지 진행된 것임을 감안하면 이의제기 사례는 훨씬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시민연대는 "각 당이 분권형 공천을 실시한다는 명분을 강조했지만 공천권을 좌지우지 하는 지역맹주들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금품수수, 특혜시비 등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결론을 내리며 "투명한 경선을 실시하고, 공천심사위원, 심사기준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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