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이 금융지주회사의 자(子)은행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했으나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이를 허용하고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담당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직무유기 상태라는 지적이다.
4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하고 "금융위가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 여부와 관련된 제도 전반을 조속히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이다. 이 법 제22조 7항은 은행지주회사의 상임임직원이 자은행의 사외이사가 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 조사에 따르면 현재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5개 금융지주회사에서 임직원 14명이 총 12개 자회사의 17개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은행인 우리은행 사외이사며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위성호 부사장은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이들은 지주사 상임이사나 자은행 사외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나아가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상호저축은행법 역시 유사한 금지조항을 갖고 있다. 이들 4개 법률에는 모두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2항은 "기타 금융관련법령에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자회사 등의 임직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은행법 개정안과 충돌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금융위로부터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도 변경에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던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도 "금융지주회사법 담당자는 은행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뒀다면 그것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자본시장법 담당자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며 법률 집행 담당기관인 금융위마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가 금융지주회사법과 각 업종별 설립근거법 사이의 일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관련 제도 전반을 조속히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제도가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에 의한 경영감시를 위해 도입됐음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은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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