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욱도 나가는데 노회찬은…"
KBS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선거방송준칙'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노회찬, 심상정 후보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에 참석할 수 없다.
KBS 선거방송준칙에 따르면 '국회의원,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 토론' 참석 조건을 △국회 원내 5석 이상 정당 후보자 △언론사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10% 이상인 예비 후보자 △직전 전국 선거 10% 이상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가지 이상을 충족시켜야 TV토론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경우 민주노동당 이상규,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는 의석 5석 이상 기준을 통과해 TV토론에 후보자를 내보낼 수 있지만, 노회찬 후보는 어느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해 나갈 수가 없다. 진보신당은 국회 의석수가 1석이고 2008년 총선에서도 정당 지지율 2.94%를 기록했었다.
▲ 지난 3월 진보신당 창당 2주년 기념식. ⓒ연합뉴스 |
노 후보 측은 "KBS 기준이 너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 후보는 지난 달 26일 보도된 조선일보·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오세훈-한명숙' 출마 시 지지율 5.8%로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1.1%)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0.5%)에 상당히 앞섰다. 노 후보는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5~9%의 지지율을 기록해 KBS의 '커트라인'인 10%를 넘지는 못 했다.
진보신당 측에서는 "선관위 주최 토론회도 지지율 5%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KBS의 기준이 너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국회 5석 △직전 전국선거 3% 이상 득표 정당의 추천 후보 △최근 4년 이내 해당 선거구 10% 이상 득표자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제82조의2 제4항 제3호)으로 규정돼 있다. 이 경우 노회찬 후보는 토론 참석 자격이 부여된다.
비슷한 논란이 지난 2007년 대선 TV토론 때도 있었다. 당시에는 KBS-MBC 합동토론회여서 KBS의 준칙이 적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두 방송사가 이른바 '빅3 초청 토론회'를 기획하며 '지지율 10%' 커트라인을 제시했다가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반발을 사 법원 가처분신청을 통해 '방송 금지' 결정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선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이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후보자로서는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홍보하고 유권자를 설득할 기회를 그만큼 잃게 된다"면서 "초청 대상자 지지율 10% 이상인 후보로만 한정한 것은 그 정당성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는 바람에 TV토론이 무산됐었다.
이번에도 KBS 측은 진보신당의 요구에 부정적이다. KBS 김진석 선거방송프로젝트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준칙은 2007년 대선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의 처지에 따라 바꿀 수는 없다"고 준칙 고수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더 불안하다. 노 후보가 꾸준히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 선관위 주최 토론회 참석의 길은 열려 있는데 반해 심 후보는 최근 경기도의 야권 단일화 구도 속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당히 빠졌기 때문이다. 4월 중순 <경인일보> 등의 여론조사에서만 해도 김진표, 유시민, 안동섭 다자 구도 속에서도 5.3%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최근 김진표-유시민 단일화 구도가 짜여진 4월 말부터는 3.0~3.5%(4월 26일 <조선일보>, 5월 3일 <중앙일보>)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락했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지지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으나, 단일화 이후 후보 구도가 확정되면 지지율이 10%선까지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로서는 5% 커트라인 통과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천안함·야권단일화…돌파구 찾기 고심
선거 정국도 진보신당에게는 악재 투성이다. 진보신당 핵심 당직자는 "요즘 천안함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천안함 정국이 장기회되면서 지방선거 이슈가 실종된 데다 군소 후보는 정책과 활동이 더욱 알려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에서 '친노' 후보들을 전면에 내세워 5월 '노무현 추모 정국'으로 끌고 갈 계획이어서 진보정당 후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지역별 선거연합이 일부 진행되면서 노회찬·심상정 후보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상정 후보가 뒤늦게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에게 '진보 단일화'를 제안한 것도 김진표-유시민 단일화 국면 돌파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야권 선거연합 테이블을 박차고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진보신당. '의미 있는 득표'를 목표로 하지만 이대로는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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