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지난 23년간 30대 그룹 산하 금융계열사의 변화 추이를 조사한 '30대 그룹의 금융계열사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또 금융부문 규제 원칙도 변화된 규제 환경에 맞춰 보다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986년부터 2008년 사이 30대 그룹 소속 금융계열사의 업종별 비중과 경영성과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특히 경영성과 관련 조사 대상은 생명보험업, 손해보험업, 증권업, 자산운용업, 신용카드업, 할부금융업 등 6개 업종이다.
조사 결과, 30대 그룹 금융계열사 수는 1986년 43개사에서 1996년 105개사로 늘어났으나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사태 이후 각각 70여개, 50여개로 줄어들었다. 2008년 말 현재는 총 55개사다.
보고서 작성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은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현황에 대한 기초통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며 "(보고서가 제시한)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향후 금산분리 규제와 관련해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보업·신용카드업 실적만 평균 이상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손해보험업과 신용카드업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종에서 30대 그룹 계열사의 매출액영업이익률(ROA, Return On Assets) 평균이 나머지 회사들보다 낮았다.
30대 그룹 계열사의 평균 ROA는 0.65로 나머지 회사 평균 2.13을 크게 밑돌았다. 증권업 역시 30대 그룹 계열사는 1.65로 나머지 회사(3.25)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 자산운용업 역시 11.31대 14.60으로 30대 그룹 계열사의 실적이 나머지보다 나빴다.
특히 30대 그룹 계열사의 자산총액 점유 비중이 2008년 현재 56.4%로 절반 이상인 생명보험업의 경우 회사 경영성과는 극히 부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 소속 생보업체는 1997년 8개사에서 2008년 4개사로 줄었으나, 삼성그룹의 삼성생명(2008년말 현재 자산총액 121조7000억 원)과 한화그룹의 대한생명(52조6000억 원)의 자산총액이 커 이와 같은 결과나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1999년의 5년간 30대 그룹 소속 생보사의 자기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재벌 소속 생보사가 그룹의 지배 및 성장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한데 비해 그 경영성과는 극히 부실하였다"며 "이에 따른 비용을 기존 주주의 증자 등 자구노력으로 부담한 게 아니라 보험계약자에게 전가했음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생보사 상장 시 그 이득의 상당부분을 보험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며 "며 "그러나 2007년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 논의를 거치면서 이 같은 주장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30대 그룹의 생명보험업 계열사 자기자본 변화. 1995년부터 1999년 사이 자기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자본 비중 그래프가 끊어져 있다. 보고서는 "그만큼 경영성과가 부실해 그 부담이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됐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 제공 |
규제 미비한데… 재벌, 무리한 외형확장 우려
2008년말 현재 30대 그룹 소속의 신용카드업체는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3개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말에는 9개였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엄격한 감독을 수반하지 않은 규제 완화와 이에 따른 업계의 무리한 외형확장 전략이 초래하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 30대 그룹 소속 카드사의 자산총액은 지난 1999년 말 13조4000억 원에서 2002년에는 41조6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무리한 외형확장 경쟁으로 카드 사태가 발생, 시장점유율 1위던 LG카드는 신한카드에 인수되는 등 30대 그룹의 시장 철수 후유증이 뒤따랐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30대 그룹의 금융업 영향력이 약화된 것을 두고 보고서는 "산업자본의 무리한 금융 확장 전략이 대규모 부실을 초래해 사실상 강제적 퇴출이 이뤄진 결과"라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규제 상태로는 재벌의 무리한 금융업 진출이 또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에 따른 폐해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정도로 우리 현실은 성숙되지 않았다"며 "규제 완화 등에 따라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욕구는 언제든지 다시 강화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규제 방식 개선 필요
보고서는 보다 합리적인 규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규제·감독 초점을 개별 금융회사에서 금융그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핵심이 되는 개념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 강화"라며 "투자은행,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도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하다면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감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삼성, 한화, 동부, 동양그룹 등 이미 금융계열사를 많이 지배하고 있거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그룹 등과 같이 단기간 내에 금융계열사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그룹 내 금융부문이 가지는 시스템적 중요성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그룹 간 규제격차 해소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은행지주회사와 비은행지주회사, 금융지주회사와 재벌 사이 규제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그룹 총수의 지배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해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추가부담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는 지주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규제마저 완화해 재벌이 허울뿐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재벌 체제로 남아 있을 때의 비용을 강화하는 정책과 지주회사 전환 유인 부여를 결합해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금융그룹 조직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