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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전용 병원'은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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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전용 병원'은 어떻게 탄생했나?

[근대 의료의 풍경·19] 재동 제중원의 확장

이번 회에서는 주로 '재동 제중원'의 확장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번(제11회, 제12회)에 말했듯이, 제중원은 개화파의 시조격인 박규수와 그의 제자이자 갑신쿠데타의 세 주역 중 한 사람인 홍영식의 집에 세워졌다. 오늘날 서울 재동의 헌법재판소 구내 북쪽 편이다.

설립 당시 제중원의 면적은 약 2000평방미터(600평)였다([도면 1]). 그 뒤 1년 사이에 북쪽으로 825평방미터(250평) 가량 확장되었으며, 건물의 쓰임새도 조금 변했다([도면 2]). 이 글에서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원래 알렌이 1885년과 1886년에 작성한 도면에 한글 명칭을 붙인 것(<제중원>, 박형우 지음, 몸과마음 펴냄, 2002년, 88쪽 및 91쪽. 올해 초에 출간된 21세기북스 판도 음영 표시만 약간 다를 뿐 똑같다)을 사용했다.

[도면 1] 1885년 6월 경, 알렌이 선교본부에 보낸 도면. ⓒ박형우

[도면 2] <조선 정부 병원 제1차년도 보고서>(1886년)에 실린 도면. 1885년 도면과 달라진 것 가운데 비교적 중요한 부분을 빨간색 숫자로 표시했다. ⓒ박형우

[도면 1]과 [도면 2]를 통해 1년 사이의 변화를 살펴보자. 각각의 변화가 생긴 구체적인 시기는 도면만을 보아서는 알기 어렵다. [도면 2]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숫자 순서대로 언급한다.

① 가장 큰 변화는 제중원 학당 설립과 관련된 것이다. 학당용으로 약 825평방미터의 가옥을 구입하여 거기에 강의실(General School Room), 화학 실험실(Chemical Laboratory), 학생 숙소(Students' Quarters)를 마련했다.

② 외래 진찰실(Dispensing Room)이 대기실(Waiting Room)로, 수술실 겸 약국(원래 도면에는 "Drug and Operating Room"으로 되어 있으므로 "약국 겸 수술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은 외래 진찰실(Dispensary)로 바뀌었다. 환자용 대기실이 생긴 대신, 진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③ 외과병동(Surgical Ward)은 일반병동(General Ward)과 안과병동(Eye Ward)으로 바뀌었다. 안과 환자가 많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외래의 수술실과 외과병동이 없어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술에 자신 없어 한 알렌의 태도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제16회).

④ 일반병동의 일부가 예방 접종실(Vaccination Room)로 변경되었다. 이곳에서는 우두 접종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1885년 후반기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우두 사업을 펼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⑤ 바깥과 접한 곳에 전염병동(Contagious Ward)이 신설되었다. 이는 전염병 환자들을 다른 환자들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전염병동은 다른 환자들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적절할 터인데, 그럴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취한 고육지책일지 모른다.

⑥ 환자 독방(Single Rooms)이 사무실(Officer's Room)로 바뀌었다. 사무실은 주사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원래 도면에는 그 중 왼쪽이 "Sourkrout Cellar"라고 되어 있어 정확한 쓰임새는 알 수 없지만 그 왼쪽 부분은 지하실이었던 것 같다.

⑦ 부인병동(Female Ward) 앞의 나무들이 철거되었다. [도면 2]에는 나무들이 표시되어 있지만, 원래의 도면에는 나무가 없다. 여성 환자 병동의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서는 나무가 있는 편이 더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다른 계획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실제로 얼마 뒤 그 남쪽으로 여성 환자 전용 공간이 확장되었다.

<조선 정부 병원 제1차년도 보고서>의 재정 보고는 학당을 포함하여 건물의 개조 및 수리비로 550달러(100만 푼)가 쓰였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제중원의 제1차 개조 및 확장에 이어 제2차 확장이 있었다. 이것은 여성 환자 전용 공간(부녀과·Female Department)을 위한 것이었다.

알렌은 "남녀 7세 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의 조선 사회에서 여성 환자를 진료하면서 고충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스스럼없이 여성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여의사가 오기를 기대했다. 헤론 역시 미국으로부터 여의사가 파견된다면 의료 사업뿐만 아니라 선교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알렌과 헤론은 그를 위해 여성 전용 병원을 세울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헤론이 1886년 4월 8일 엘린우드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러한 사정을 알아보자.

"그녀(왕비)는 약 때문에 알렌 의사에게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자기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 (궁궐로) 와서 진찰할 수 있는 여의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여의사가 궁궐에서 기다리는 동안 왕비의 시녀들을 접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의 기독교 선교를 여러 해 앞당기게 될 것입니다(She has repeatedly sent to Dr. Allen for medicines and for us to have a lady physician who can go to see her when she needs medical attendance, who can visit her ladies in waiting in the palace, will advance many years the cause of Christianity in this land)."

"(박사님이) 여의사를 파송할 가능성을 생각하여, 조선 왕실 병원의 확장을 담보할 조치들을 취해 왔습니다. 그것은 여성들만을 위한 독립된 건물이 될 것입니다. 그 건물은 아마도 병원에 인접해 있어서 저희들이 필요한 도움이라면 무엇이든 줄 수 있을 것입니다(In view of the possibility of your sending out a lady doctor, we have taken steps to secure an extension of the royal Korean hospital, which will be in a separate building to be entirely devoted to women. This will probably be located adjoining the hospital, so that we may be able to give any assistance which may be necessary)."

며칠 뒤인 4월 20일 알렌이 엘린우드에게 보낸 편지는 다음과 같이 여성 전용 병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국왕은 병원 계획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고, 현재의 병원과 외아문 사이의 크고 멋진 가옥을 그 목적을 위해 마련해 줄 것입니다. (…) 그 집이 현재 병원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The King has given his full consent to the hospital scheme and will appropriate the large fine house between the present hospital and the Foreign Office, for the purpose. (…) It is probably a better set of buildings than the present hospital)."

▲ 여성 전용 병원은 제중원과 외아문 사이인 재동 75번지에 있었을 것이다. 그 오른쪽(동쪽)의 74번지도 포함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원래의 여성 병동(Female Ward)과의 통합을 위해 미리 그 병동 앞의 나무들을 없앤 것이었을까? ⓒ프레시안
<1886년 한성의 건강에 대한 알렌 의사의 보고서>(<제중원>, 박형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010년, 192쪽에서 재인용)는 다음과 같이 그러한 계획이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알려준다. 조선 최초로 여성 전용 병원이 세워졌으며, 미국북장로교선교부는 엘러스(Annie J Ellers)를 그곳에서 일할 최초의 여의사로 파견한 것이다.

"국왕의 특별한 배려로 멋진 새 건물이 하사됐다. 환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큰 방이 있다. 부녀과를 위한 적절한 구역이 마련돼 엘러스의 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다. 설비가 잘 된 학교도 새 병원의 한 면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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