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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 위기…'작전 세력'에 의한 치밀한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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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 위기…'작전 세력'에 의한 치밀한 음모?"

[화제의 책] 화폐전쟁 2-금권천하

달러는 기축통화다. 세계 무역 액수는 모두 국제 결제 수단인 달러화로 표기된다. 인구가 늘어나고, 무역량이 늘어날수록 달러화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달러는 미국의 화폐 단위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달러를 찍는다. 달러를 찍을수록, 미국의 무역 적자와 부채 규모는 늘어난다.

미국이 적자를 메우고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달러를 자꾸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이 이랬다. 그러나 무서운 후유증이 뒤따랐다. 마르크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대량 공급되자 1921년 11월 1대 330이던 달러 대비 마르크화 환율은 불과 2년 후에는 1대 2조5000으로 급등했다. 화폐 공급이 늘어나면 국가 부채 폭등과 인플레이션을 피할 길이 없다. 이 폐허 위에서 히틀러가 등장했다.

그 동안 미국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왔나. 달러를 더 찍어댔다. 이익은 미국이 챙기고 당연히 수반되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후폭풍은 세계가 같이 감당했다. 인류 역사에서 전무했던 이 불공평한 통화 제도가 그간 세계를 지탱해왔다.

당연히 세계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나아가 세계는 필연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을 피할 길이 없다. 달러의 몰락은 금본위제도가 폐지되고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순간 예고된 미래다.

▲ <화폐전쟁 2 : 금권천하>(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프레시안
미래가 이미 결정됐다면, 이후의 세계 질서 재편 각본도 이미 짜인 것은 아닐까? 전작 <화폐전쟁>에서 세계 경제 역사를 화폐발행권을 둘러싼 암투로 재해석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쑹훙빙(宋鴻兵)은 <화폐전쟁 2 : 금권천하>에서 이 물음에 과감히 답한다.

"지난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는 우연이 아니었다." "영국과 미국의 특별 관계 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앵글로-아메리카 파워 그룹'으로 대표되는 국제 금융 엘리트들이 달러화 몰락을 위한 치밀한 각본을 세웠다."

쑹훙빙은 주장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방대한 역사적 사례를 속도감 있게 훑고 지나간다. 산업혁명기 이후 발흥한 신흥 금융 엘리트들이 세계 경제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남긴 역사적 사실들을 책의 전반부에 나열한다.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를 지나 어느새 독자는 인류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될 2008년 경제 위기의 순간에 도착한다.

쑹훙빙은 역사적 사실에서 얻은 직관과 이를 뒷받침해줄 각종 데이터,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2024년 즈음 달러화 체제가 끝나고 세계 단일 화폐 체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과감히 전망한다. 금과 이산화탄소 배출권은 새로운 단일 화폐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19세기 이래 제국주의 정책으로 세계의 금을 약탈했던 국가는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금융이 통일된 신세계에서 번영을 구가한다.

그렇다. 음모론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금융 엘리트들이 수십, 수백 년에 걸쳐 단일 목표를 지켜왔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냥 억지 주장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역사에 기록된 '핏빛' 탐욕의 이해관계가 너무나도 섬뜩하다.

저자 주장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한 가지 절대 변하지 않는 진실은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의 상당수 중앙은행은 민간이 지배한다. 이 민간은 책에 인용된 금융 엘리트 가문이다. 세계의 주요 화폐 공급 결정권이 (국가가 아닌) 극소수 금융 가문의 손에 달려 있다.

(인위적이었든 우연이었든) 경제 위기가 터진 후, 한 사회의 최상위 계급의 부는 더욱 늘어났다. 위기의 피해는 서민에게 집중됐다. 외환 위기 이후 양극화가 본격화한 한국은 대표적 사례다. 달러 위기가 실제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한다면 이를 다시금 입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의 내용을 믿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자유다. 다만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저자가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의 말을 인용한 부분을 재인용한다.

"내가 이 업종에 몸담은 이후로 연준이 지난 6~7년 동안 이처럼 (화폐) 이론을 왜곡하려고 연구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1990년 말 이른바 '신경제' 붐을 주도할 때부터 최근의 경상수지 조정에 대한 이론을 이끌어내기까지, 미국 Fed는 전통적 거시 경제학을 다시 쓰려고 시도했다. 또한 시장참여자들에게 이 '수정'된 이론을 믿게끔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 나 자신은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90년대 말 연준의 행동을 목격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2005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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