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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29] 그의 화려한 부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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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29] 그의 화려한 부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리뷰&프리뷰] 가벼운 터치만으로 관객들을 전율시키는 음악

'1815년 2월 24일, 노트르담드라가드르 망루에서는 스미르나, 트리에스테를 거쳐 나폴리에서 오는 돛대 셋을 가진 파라옹 호가 보인다는 신호를 올렸다.' 배가 도착하고 그곳에서 눈에 띄는 한 청년이 내린다. 그는 '열여덟에서 스무 살쯤 돼 보이는 키가 크고 날씬한 청년이었는데, 아름다운 검은 눈에 머리색은 칠흑 같았다. 몸 전체에서, 어릴 적부터 위험과 싸우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에게서만 엿볼 수 있는 침착하고도 단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 민음사) 그의 이름은 에드몬드 단테스. 알렉상드르 뒤마에 의해 1845년 탄생된 이 청년이 부활했다. 무대 위에 배 한척이 들어서면 우리는 그를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는 그가 행복한 얼굴 이면에 숨겨진, 예고된 복수를 알린다.

▲ ⓒ프레시안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더 이상의 복수극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서사와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 모험담은 세대를 초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어릴 적부터 원작을 압축한 책이나 애니메이션 '암굴왕' 등으로 그의 이야기를 접해본 바 있다. 그러나 단순한 모험담과 복수극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전하고자 하는 용서와 사랑, 신화적 이미지가 뇌리에 남는다. 그래서 메르세데스와의 약혼식 날 죄목도 모른 채 감독 샤또 디프에 투옥된 선량한 선원 에드몬드가 이를 갈며 복수를 맹세할 때, 우리는 전율을 느낀다.

- 에드몬드,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통쾌하게 부활

▲ ⓒ프레시안
감옥에서의 탈출에 성공한 에드몬드 단테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취한다. 이는 에드몬드의 부활을 알림과 동시에 그의 정체성이 변화했음을 암시한다. 그는 무덤(바다)에서 부활한 후 '복수는 나의 것'을 외치고 '나의 복수가 정의 실현'임을 선포한다. 감옥에서 파리오 신부에게 다양한 지식 및 기술을 배운 에드몬드는 신의 이름을 대신해 정의의 승리를 다짐한다. 실제로 그는 신과 같이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복수의 대상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뮤지컬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으나 원작에서는 그가 감옥에 들어갈 당시 나이 열아홉, 14년 후에 감옥에서 탈출한다. 서른셋에 바다에 빠지므로 에드몬드는 죽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재탄생할 당시 그의 나이, 성서의 예수가 부활한 나이 서른셋과 동일하다. 원작 소설과 2002년 개봉한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시 이와 같은 신화적 이미지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각색된 영화의 스토리와 더 흡사하다. 이 작품은 에드몬드 단테스의 탈출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돼 복수하는 지점을 포인트로 잡아 부각시킨다.

뮤지컬은 장르의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이 황홀한 탈출과정과 모험 등에 영상효과를 사용, 현실성과 신비성을 동시에 획득한다. 에드몬드가 감옥에서 굴을 파거나 바다 깊숙이 떨어진 후 헤엄을 쳐 수중 밖으로 나가는 장면 등의 현실감 있는 표현은 영리했으며 신선했다.

- 음악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복수

▲ ⓒ프레시안
그러나 긴 이야기를 두 시간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터, 극은 몬테크리스토의 서사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몬테크리스토의 복수 맹세의 강렬함과 달리 결말은 다소 맥이 빠진다. 복수의 대상자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는 이제야 용서의 의미를 알았다는 몬테크리스토의 고백은 당연한 결말임에도 어리둥절하다. 과거와 현재, 사랑하는 메르세데스를 빼앗긴 몬데고에게 '복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전하는 몬테크리스토의 말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렇게 외면하던 메르세데스에게는 급작스레 사랑을 속삭이고 그동안의 험난한 과정이 무색할 정도로 삽시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최근 대형뮤지컬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감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켰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등은 눈이 즐거운 무대를 선보였으며 서사를 표현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의 최신작이라는 사실은 공연 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아왔다. 그의 음악은 막이 오르고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전에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캐릭터의 모든 감정들은 그의 음악 위에서 더욱 강렬하고 애절했다. 몬테크리스토의 탈출과 복수라는 스토리의 스케일 또한 대형극장에 어울리므로 그야말로 관객들이 즐거운 공연이 됐다.

-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느끼는 짜릿함

▲ ⓒ프레시안
이 모든 것의 조화에는 최대치의 역량을 보여준 배우들이 한 몫 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관람하면 수많은 여성들이 배우 류정한에 열광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보였던 류정한의 카리스마가 되살아나며 그만의 아우라를 형성, 그의 복수가 마치 관객의 복수인 것처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의 연인 메르세데스를 연기한 차지연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웠으며, 사랑에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여인이자 어머니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배신과 음모의 몬데고, 빌포트, 당글라스는 예리했고 파리오 신부, 루이자, 자코포, 알버트 등의 조연 역시 캐릭터만의 개성이 충분히 살아났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는 인간의 증오와 복수를 지나 사랑과 용서, 화해에 닿으므로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대중들에게 그의 영웅적 면모는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지킬 앤 하이드'를 보며 인간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욕망을 경험할지라도 지킬박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쉽사리 들지 않는다. 반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줌과 동시에 그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배우의 연기와 음악으로 인해 그 통쾌함이 극대화되며 관객들의 기립을 유도했다. 숨어있던 에드몬드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돼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 전율의 순간,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과 함께 그는 실제 인물이 돼 관객들에게 자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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