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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의 시대 역행하는 팝 듀오, MG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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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의 시대 역행하는 팝 듀오, MGMT

[화제의 음반] 콜라주 같은 두 번째 앨범 [Congratulations]

아마도 MGMT의 두 번째 앨범 [Congratulations]는 발매 전부터 세계 대중음악 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적잖은 이들은 앨범을 플레이어에 건 후 적잖이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Congratulations]에서는 이들의 데뷔 앨범 [Oracular Spectacular]의 싱글지향성을 찾기 어렵다. 뉴욕 펑크신의 적자로 여겨졌던 앤드류 밴윈가든(Andrew VanWyngarden)과 벤 골드바서(Ben Goldwasser) 듀오는 단번에 청자의 귀를 잡아채는 후크 송을 '버렸다'. 이들 듀오는 신작 발표 전부터 앨범에서 싱글 커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편하게 싱글 음악을 다운받아 듣는 싱글의 시대, 앨범의 가치는 사라져가는 시대에 대한 반란처럼 보인다.

▲ MGMT의 [Congratulations]. ⓒ소니뮤직코리아
이와 관련, 이들은 지난 1월 18일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싱글이 두드러지기보다 앨범 전체가 곡들의 유기적 구성으로 하나처럼 들리길 원한다고 밝혔다. 벤 골드바서는 "<Time To Pretend>나 <Kids>와 같은 곡은 없다. 우리는 앨범 그 자체를 사람들이 순서대로 듣도록 하고, 앨범의 베스트트랙 세 곡을 꼽아 다운로드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법을 의논했다"고 말했다.

귀를 자극하는 싱글이 줄어들었으나 특유의 팝적 감각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마치 인큐버스(Incubus)가 [Morning View]로 큰 인기를 끈 후 팬들을 당황하게 한 [A Crow Left Of The Murder]를 냈을 때를 연상케 한다.

앨범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과거의 유산을 가져와 이들이 만들어놓은 뼈대에 근육을 덧붙이는 솜씨는 전작보다 훨씬 교묘해졌다. '믹싱의 승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두꺼운 소리의 층위가 곡들의 마디마다 깔려 있다. 가히 유명 뮤지션들의 장점만을 완벽히 모아놓은 콜렉션과 같다. 이 유기적 콜라주는 플래밍 립스(Flaming Lips), 머큐리 레브(Mercury Rev) 등의 앨범을 프로듀스한 데이브 프리드먼(Dave Fridmann)의 엔지니어링과 스페이스멘 3(Spacemen 3) 출신 소닉 붐의 프로듀싱이 큰 역할을 했다.

앨범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옛 뮤지션들이 언급된다. 특히 12분에 달하는 콘셉트 음악 <Siberian Breaks>의 따뜻한 느낌은 완연히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Pet Sounds], [Surf's Up]을 연상시킨다. 대부분의 곡들에서 보컬은 한 구석에 물러나 있거나 연달아 터져 나오는 새로운 소리의 자극 뒤에서 폭넓게 퍼져나간다. 마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OK Computer]에서 톰 요크가 다른 멤버들과 분리된 방에서 홀로 확성기에 입을 대고 노래를 부르는 듯하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Flash Delirium> <It's Working> 등의 아름다운 멜로디 안에 숨어 있는 괴이함은 플래밍 립스의 [Embryonic] [The Soft Bulletin]의 정서다. 뼈대를 이루는 리듬 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멜로디 구성은 스테레오 랩(Stereo Lab)을 연상시키고, <Someone's Missing> 등 일부 곡에서는 마빈 게이(Marvin Gaye)까지 언급할 수 있을 정도다.

훵키와 사이키델릭이 함께 어우러지고 뉴욕의 펑크와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동시에 들려온다. 60년대 캘리포니아의 낭만적 노래가 모타운 음악의 정서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들으면 들을수록 빛을 발할 앨범이다. 모든 보도자료가 그렇듯 이 앨범의 보도자료 역시 "우리는 축하인사(Congratulations)를 들었다"며 극찬으로 넘쳐흐른다. 하지만, 앨범을 듣는 이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풍요로운 대중음악의 역사를 지혜롭게 계승하는 동시대의 앨범이다.

ⓒ소니뮤직코리아

당신이 역시 주목해야 할 앨범들

ⓒ소니뮤직코리아
Soundtrack - [Iron Man 2]

개봉을 눈앞에 둔 인기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2>의 사운드트랙은 세계 최고 인기 밴드인 에이시디시(AC/DC)의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히트곡을 총망라해, 가히 에이시디시의 베스트앨범이라 불러도 좋을 지경이다.

에이시디시는 전작을 모두 모아놓은 박스세트 [Boom Box], 사망한 전임 보컬 본 스코트(Bon Scott)를 추모하기 위해 최고 인기앨범 [Back In Black]과 희귀 라이브 음원을 합한 박스세트 [Bonfire]를 내놓은 적은 있으나 아직 베스트음반은 발표하지 않았다.

<아이언맨2> 사운드트랙은 <Highway To Hell> <T.N.T> <Back In Black> <Let There Be Rock> 등 이들의 히트곡 15곡을 담은 1CD 버전과 라이브클립을 담은 DVD가 포함된 버전, <아이언맨> 코믹북이 수록된 디럭스 버전, LP버전 등으로 나눠 발매된다.

한편 에이시디시는 올해 초 정규음반에 수록하지 않은 비사이드 트랙과 희귀 라이브 음원, DVD클립을 합한 비사이드 박스세트 [Backtracks]를 출시한 바 있다. 영화 <라스트 액션 히어로>의 테마곡이었던 <Big Gun> 등이 수록된 이 박스세트는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았다.

ⓒ워너뮤직코리아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 - [Rise Up]

어언 20여년 세월 동안 독보적 지위를 잃지 않은 라틴계 힙합팀 사이프레스 힐이 6년 만에 내놓은 강렬한 복귀작이다. 국내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 백 홈>으로 유명세를 탄 이들은 신보에서도 특유의 비음 섞인, 라임을 내던지는 듯한 래핑을 선보이고 있다.

앨범과 동명의 첫 싱글은 곧바로 청자의 귀를 잡아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톰 모렐로(Tom Morello) 특유의 기타톤은 록과 힙합의 조화를 든든히 뒷받침한다. 록팬들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프레스 힐은 이미 지난 2000년 발표한 [Skull And Bones]에서도 록과 힙합의 교집합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의 다론 말라키안(Daron Malakian)이 기타를 잡은 <Trouble Seeker>는 헤비메탈 못지않은 무게감을 보인다.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 하우스 오브 페인(House Of Pain) 출신의 에버레스트(Everlast), 피트 록 등도 앨범 크래딧에 이름을 올렸다.

그루브감이 돋보이는 <Pass The Dutch>,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K.U.S.H.>, 톰 모렐로의 RATM식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는 <Shut 'Em Down> 등도 주목할 만한 트랙이다. 정통힙합의 양식에서 벗어나있으나 다른 의미로 대중적이다.

ⓒ열린음악
스탠딩에그(Standing Egg) - [Standing Egg]

어느 사이엔가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아이돌이 주도하는 싱글 위주의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자 20~30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뮤지션들이 최근 들어 힘을 받고 있다. 이런 경향은 홍대 인디신은 물론, 해외 뮤지션의 국내 호오에서도 확연히 두드러진다. 미카, 제이슨 므라즈 등은 대표격이다.

스탠딩에그는 후자에 해당하는 국내 프로젝트 그룹이다. TOY, 윤상, 김현철 등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낸다. 세 곡을 담은 EP [Standing Egg]는 이들의 지향점을 선명히 보여주는 앨범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유리상자를 연상케 하는 곡이다. 앨범의 타이틀 트랙 <Lalala>의 도입부는 자미로콰이(Jamiroquai)를 연상케 할 정도로 산뜻하다. <KISS> 역시 봄날에 어울리는 곡이다. 감각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으나, 아직은 이들의 개성을 쉬이 찾기 어렵다는 게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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