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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앞에서 정세균-이회창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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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앞에서 정세균-이회창 '옥신각신'

MB "책임자 문책, 당장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하겠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마련한 청와대 여야3당 대표 초청 회동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옥신각신하며 보혁 시각차만 확인됐다.

20일 오찬 형식으로 열린 이날 회동에서 정세균 대표는 △국정조사 즉각 수용 △책임자 문책 및 진상조사단 제외 등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2001년 미국에서 9.11 사태가 났을 때 공화-민주당이 동수로 국정조사를 실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정조사를 즉시 실시해야 하고, 조사 받아야 할 사람이 조사를 지휘하거나 참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회창 대표는 "문책은 조사가 끝난 다음에도 가능하다"면서 "만일 지금 문책을 한다면 어딘가에 숨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공격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북풍'(北風) 논란도 일었다. 이 대표는 "진상규명 이후에는 확고한 대응 조치가 필요한데 '북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북풍이라는 용어를 공적으로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국정조사 요구도 이날 회동에서 다른 당의 반대로 '국회 진상조사 특위 구성 필요성 공감' 정도로 정리됐다.

정 대표는 회동 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롭게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이회창 대표의 말씀에 대해서도 내가 한 두 마디 한 것이 있고 그 쪽도 내 얘기를 한 것도 있지만 야당끼리 이러고 저러고 할 상황은 아니어서 여기서 그런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답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 ⓒ청와대

MB "北風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이라고 했겠지"

이명박 대통령은 '북풍론'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 일부에서 북풍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더라"며 "그러나 내가 북풍을 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북한의 소행같다'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정치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하고 있으니, 야당 쪽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 자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이어 갔다. 이 대통령은 "이미 내부 폭발이 아니라 외부 폭발이라고 하는 부분은 확인이 됐다"며 "그러나 어뢰든 기뢰든 무슨 조각이 나와야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조사를 할 수 있을텐데, 지금 그것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종 물증이 나올 때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 신중하게 가는 게 좋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가지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결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종 결론이 나올 때 까지는 정치권에서 협력을 해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감출 것 없고, 나오는대로 다 공개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기다리면서 믿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안보를 튼튼히 하고 개혁을 하자는 부분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조사하는 데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말아달라고 꼭 당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정조사'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 국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지 상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는게 가장 슬기로운 것인지 상의하신 후에 결론이 나는 대로 조언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른 견해가 있더라도 양쪽 이야기를 다 참고하겠다"면서 "군 관련 부분에 있어선 상당 부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국방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 현재 작업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책임자 문책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 책임 있는 사람들의 문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을 안 묻겠다는 게 아니고, 냉정하게 묻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안보상 어느 때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군의 사기도 고려하면서 책임을 더 엄격하게 묻는 방안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야당 대표 두 분도 제 입장에 계시다면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양호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지원과 보상 문제를 언급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건의에 이 대통령은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그렇게 하겠다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해 달라"고 답했다.

이명박 "살살 좀 하시라"

회동 자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각당 대표 및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을 향해 "살살 좀 하시라, 너무 세게 하지 말고…"라고 농담을 건네 웃음이 번졌다.

이 대통령은 이회창 대표를 향해서도 "얼굴이 좋으시다. 저는 오른 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해서 보호차 4월 말까지 안경을 써야 한다"면서 "이번에 핵안보 정상회의에 갔더니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고 했다.

회동을 모두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 해 설명을 드렸고, 이해화 협조도 구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이후 청와대를 나서는 각 당 대표님들의 표정이 좋으시더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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