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에 경기도 팽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는 주민들이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며 610일간 촛불시위를 벌이며 모여 있던 대추분교가 경찰에 접수됐다. 결국 이날 군경합동작전은 대추리를 '군사보호지역'으로 접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에는 수도권 '트로이카', '최·강·진 드림팀'이라는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진대제 경기도지사 후보, 최기선 인천시장 후보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동영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기대와 찬사 속에서 강금실 후보는 "수도권 전체가 서울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수도권 전체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상충되는 정책이 나올 때는 수도권 시민들에게 손실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만간 한나라당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김문수 경기도 지사 후보가 비슷한 형식으로 공동공약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이 역시 강금실 후보의 말대로 '수도권 전체'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일 것이다.
"수도권 전체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만 여야의 유수한 수도권 후보들 가운데 누구도 이날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벌어진 국가공권력과 주민들의 참혹한 충돌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장 후보들 역시 용산 미군기지가 대책 없이 평택으로 옮겨간 데 따른 필연적인 사건에 침묵했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면 비게 되는 용산의 노른자위 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한 치의 양보가 없는데 말이다.
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그 자리에 서울시청을 짓고, 녹지를 만들고, 16만 호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환경시장을 자임하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강 후보의 용산계획에 반대하는 한편 "미군기지 이전 터를 녹지공원화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전이 기정사실화된 부지의 활용 계획을 밝힌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서울시민만 좋자고 무작정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떠넘길 수 있느냐"(민노당 김종철)는 한 군소 정당 후보의 얘기는 어디에도 비비고 들어설 틈이 없다.
용산 기지의 평택이전 문제는 수도권 후보들이 당위론으로 말한 것처럼 "서울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수도권의 상충되는 정책"에 속하는데도 그렇다.
대추리 주민은 수도권 주민이 아닌가?
'한미공조와 동북아 질서재편'에 따른 문제에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이상하다. 대통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양보 발언에 대해선 "절대 양보는 안된다"는 긴급호소문을 제출한 강금실 후보였다. 멀리 독도 문제에 그토록 비분강개하던 그였다.
오세훈 후보는 자신의 저서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 에서 "내가 당선되면 국민들에게 이러이러한 고통과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지도자가 있었던가"라고 물었었다.
당사자 격인 진대제 후보는 "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후보가 공동으로 정부 당국에 대화를 촉구하고 중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민노당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의 제안조차 단박에 일축했다.
결국 "언제까지 미국에 기대서 살 수 있겠느냐"고 말한 대통령에 의해, "(평택) 현장 상황을 악의적으로 올리는 매체에 대응하라"는 총리에 의해, "백만장자가 생존권 주장한다"고 대추리 주민을 폄훼한 국방부 장관에 의해, 그리고 완벽하게 '무관심'한 여야 수도권 자치단체장 후보들에 의해 수도권 한 지역의 '그들'은 '수도권 주민'이 아닌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완전히 '비국민'으로 내몰린 날이었다. 2006년 5월4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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