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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 개 박테리아' 환경미화원, 씻지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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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 개 박테리아' 환경미화원, 씻지도 못하나

77% "일 끝나고 샤워는 집에서"…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환경미화원의 몸에는 26만 개의 박테리아가 있다. 바지에 9만1700개, 소매에 13만3600개, 어깨에 2400개, 배에는 3만1800개, 그리고 얼굴에서 719개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지난 2009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 결과다.

버스 손잡이에 380개, PC방 마우스에 690개, 쇼핑카트에 1100개, 터미널 화장실 변기에 3800개의 박테리아가 있다는 소비자보호원과 서울대학교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정작 환경미화원의 77%는 일이 끝난 뒤 제대로 된 샤워조차 하지 못하고 퇴근하고 있었다. 심지어 67%는 일하던 작업복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그대로 퇴근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미화원의 건강권 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 수집과 처리를 민간에 위탁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민간 업체들이 이윤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환경미화원에게 필요한 샤워실이나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은 13일 "환경미화 노동자에게 씻을 권리를 캠페인단을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씻을 환경'만 없는 게 아니라, 환경미화 노동자 산업재해율은 평균의 16배

지난해 5월 '환경미화 노동자 건강권 강화를 위한 사업단'을 만든 이들 단체는 이후 전국 50개 사업장의 환경미화 노동자 105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또 의정부, 평택, 구리, 종로의 4개 지역에서는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2%가 "먼지 때문에 숨이 막힌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퇴근할 때 "일하던 그대로 집에 간다"는 대답은 55%였고, "회사에서 세수만 하고 옷은 그대로 입고 퇴근한다"는 답이 9%였다. "회사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퇴근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3%에 불과했지만 "퇴근하면서 공공 화장실 등 다른 곳에 들러 씻고 집에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환경미화 노동자가 업무로 인해 수많은 박테리아를 옷과 얼굴 등 곳곳에 '얻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 박테리아를 씻어낼 권리는 정작 얻지 못하고 있다.

▲ 환경미화원의 77%는 일이 끝난 뒤 제대로 된 샤워조차 하지 못하고 퇴근하고 있었다. 심지어 67%는 일하던 작업복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그대로 퇴근한다. ⓒ연합뉴스

산업재해율도 평균의 16배나 됐다. 우리나라 평균 재해율은 0.7%인데 반해 환경미화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11.9%였다. 특히 민간위탁 회사의 재해율은 이보다 더 높은 16.8%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단은 "미국이나 영국의 통계를 보더라도 경찰이나 소방관보다 환경미화원의 산재 사망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민간위탁이 환경미화 노동자의 건강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조사 결과, 민간위탁 업체 가운데는 회사나 차고지에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 곳도 있었고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쓰레기 수집과 처리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사업과 함께 4월부터 7월까지 전국 40여 개 도시를 돌며 환경미화 노동자의 씻을 권리 등 건강권 보호를 위한 국민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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