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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전원 해고…'60년 국립극장'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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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전원 해고…'60년 국립극장'이 위태롭다"

[현장] 유인촌 장관의 '법인화' 의지에 '피멍' 드는 예술계

"문화예술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논밭에서라도 춤 출 수 있지만, 문화예술을 오직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 앞에서는 문화예술인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습니다."

공공노조 국립극장지부 무용단지회 박기환 씨는 현재 국립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단지 춤이 좋아 꿈을 꿨고, 단지 춤이 좋아 무던한 연습을 했고, 단지 춤이 좋아 무대에 섰다"던 그는 "무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문화예술인은 매일매일 자기 자신과 싸우며 연습을 하는데 정책 입안자들은 책상 위에 가만히 앉아 주사위를 굴리며 문화예술을 말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정부가 아무리 경제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문화예술은 그런 논리로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립극장지부가 7번째 부분파업에 들어간 8일, 50여 명의 국립극장 단원들을 서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앞에 섰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또박또박 "국립극장 예술화단체의 법인화 철회" 구호를 외쳤다.

천안함 실종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공연이 집회 장소에서 벌어졌다. 동료의 공연을 지켜보던 단원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 있을 그들의 절망에서 시작된 상념은 눈앞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자신의 내일로 이어지고 있었다.

▲ 국립극장지부가 7번째 부분파업에 들어간 8일, 50여 명의 국립극장 단원들을 서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앞에 섰다. ⓒ뉴시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립극장이 시끄럽다. 지난해 3월 단원 전원이 해고 통지를 받고 끝내 영원히 이름이 사라진 국립오페라합창단 이후 또 다시 예술단체다. 100일 넘게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던 옛 오페라합창단 단원들처럼 국립극장 단원도 거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국립극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경쟁력" 앞세우는 유인촌 장관 덕에 들썩이는 국립극장

국립무용단과 국립창극단, 국립국안관현악단, 국립극단의 4개 단체로 이뤄진 국립극장이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다. 국립극장 사 측은 지난 2월 25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국립극단 단원 24명은 지난 3월 30일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나머지 3개 단체 단원들에게는 10년간 없던 '오디션'이 잡혔다.

이 모든 일련의 사태는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발단이다. 유 장관이 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국립극단의 법인화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극단 외의 나머지 3개 단체에 대해서도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 장관은 여러 언론을 통해 수차례 피력했다.

이후 임연철 국립극장장도 "경쟁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임 극장장은 지난 1월 국립극단을 제외한 3개 전속단체 단원에 대해 오디션을 예고했다. 명분은 '기량 향상을 위한 평가'였다. 하지만 노조는 "법인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별도의 평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오디션을 강행하는 것은 "단원 고용을 유연하게 하고 이를 통해 법인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행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사 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조영규 부지부장은 "극장 측은 단체협약이 나머지 3개 단체의 법인화 등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단협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립극장 측은 "3개 단체의 법인화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조영규 부지부장은 "최초로 법인화를 거론한 유인촌 장관이 직접 얘기하지 않는 한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간헐적으로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뤄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140여 명 가운데 72%가 찬성표를 던졌다. 파업과 별도로 극장 측이 진행하고 있는 오디션 일정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첫 오디션이 단원들의 거부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극장 측이 관현악단을 상대로 다시 일정을 일방적으로 잡아 치른 18~19일 2번째 오디션도, 지난 1~2일 3번째 오디션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 거부와 관련해 조영규 부지부장은 "현재 평가 제도가 부족하다면 오디션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노사 합의 아래 기존 평가 제도를 보완하면 된다"며 "이런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립극장"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측은 오디션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극장은 "관현악단은 22~23일 4차 오디션을 실시하고 창극단과 무용단은 15~16일 2차 오디션을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극장은 오디션에 응하지 않은 단원들에게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국립극단 단원 전원 4월 30일 해고…"부실운영의 책임을 예술가에게 전가"


▲ 국립극단 단원 24명 전원은 오는 4월 30일부로 해고될 예정이다. ⓒ뉴시스
오디션 갈등과 별도로 국립극장에서 연극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국립극단의 법인화 절차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소속 단원 24명 전원은 오는 4월 30일부로 해고될 예정이다. 조영규 부지부장은 "새 법인은 6월 경 출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된 극단 단원들이 새 법인에 고용 승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임연철 극장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단원들의 고용을 건의하겠으나 선발 여부는 전적으로 새 법인의 뜻에 달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극장지부는 "국립극단의 법인화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문화부와 국립극장은 책임운영기관제의 부실운영으로 발생된 각종 문제의 책임을 힘없는 예술가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법인화가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진기영 공공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국립극장은 시민에게 문화예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경영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극장 수입으로 이익을 남겨 먹고 살라는 현 정부의 정책은 문화예술인은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고 그들의 공연은 지금보다 더 돈 많은 사람들만 향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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