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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원인 분석의 '제1원칙', '軍에 불리한 것부터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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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원인 분석의 '제1원칙', '軍에 불리한 것부터 제외'?

책임 회피 속성 발동되나…'어뢰' 의혹 키우다가 자충수 될 수도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국방부와 군의 태도가 눈에 띈다. 다양하게 제기되는 원인 중에서 군 스스로에게 불리한 것부터 우선 배제하고 보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군의 이같은 태도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혹은 '책임은 면하자'는 계산에서 나오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와도 어긋난다. 군의 이러한 태도가 이어질 경우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피로파괴설, 조타장치 이상설 등은 일단 배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답변으로 "두 가지(어뢰 혹은 기뢰 피폭설) 다 가능성이 있으나, 어뢰일 가능성이 조금 더 실질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바 있는 내부 폭발과 폭뢰, 암초, 피로파괴설을 두고 모두 "가능성이 낮으며 (외부) 폭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북한이 해저에서 폭발해 이른바 '버블제트 효과'를 일으키며 선체를 공격하는 '버블제트 어뢰'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관련 정황 증거는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제기되는 여러 의혹 중 북한 공격설이 그나마 '차악'이라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키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군 스스로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내부폭발설, 피로파괴설 등을 인정한다면 관련자는 문책을 피하기 어렵다.

군은 해군 전역자들을 통해 제기된 '조타장치 이상'설도 일단 부인하고 나섰다. 해군 전역자들 일부는 천안함 후타실에 승조원이 있었다는 증언을 근거로 "조타장치에 문제가 생겨 긴급 투입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군은 "초계함 후타실은 승조원들이 운동기구를 갖다놓고 운동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며 "(조타장치 이상설은) 근거 없다"고 해명했다. 조타장치 이상설이 맞다면 책임이 군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일단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 사건 8일째인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해명도 '오락가락'…"일단 지르고 보자" ?

그러나 북한 연관설은 이미 군 스스로가 정면 부인한 사항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YTN>이 "사고 당일(26일) 오전 황해남도 옹진군 기린도에 있는 북한 해군 기지에서 북한의 반잠수정 3~4척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한미 정보당국이 포착해 대응 차원에서 천안함과 속초함을 출동시켰다"라는 보도가 나가자 곧바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더군다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내 폭탄감식 전문가들마저 "기뢰와 어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이미 정부에 제시했다. 화상 환자가 없고, (어뢰) 폭발시 발생하는 '물대포'로 인해 흠뻑 젖은 승무원도 없다는 이유다. 북한 공격설은 청와대에서도 이미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언론에 강조한 바 있다.

심지어 국방부는 최근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이 연일 북한 공격설을 보도하자 "유사한 내용의 모 일간지(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이미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관계 당국에 정확한 공식 확인도 없이 재차 보도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당 언론사에 대해서는 차후 법적인 대응을 강구할 예정"이라고까지 강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영 장관은 다시 "어뢰 일 가능성이 조금 더 실질적"이라는 말로 시선을 다시 북한으로 쏠리게 했다.

이처럼 비록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하는 동시에 자기 책임은 피하고 보려는 군의 태도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와도 배치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과 국제 사회가 보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차분히 원인을 조사하고 국가의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용이 나오는대로 한 점 의혹 없이 모두 다 공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군의 이같은 대응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피폭됐다면, 방어망이 뚫린 책임 역시 군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이한 경계로 대형 인명피해가 난데 대해 군이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여론이 악화된다면 북한에 보복 공격을 준비하자는 보수진영의 '전쟁불사론'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군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대통령의 말대로 현재 확보된 모든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현안질의에서 "국방부 발표를 보면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은 철저하게 감추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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