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아버지와 아들 같은 사제지간이자 오랜 연구 동료인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는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적국으로 갈라서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젠베르그의 방문은 많은 논란과 다양한 추측을 야기했다. 세상은 이 위험하면서도 비밀스러운 방문에 대해 지난 50년간 토론을 벌여왔으나 결론을 얻지 못했다. 연극 '코펜하겐'은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런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는 명확한 해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인간'을 들여다보기 위한 두드림이다.
- 과학을 통해 과학이 아닌 인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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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코펜하겐'은 이들의 만남과 핵무기 개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과학자의 삶과 윤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 속에는 핵분열, 원자탄의 제조과정과 불확정성의 원리, 상보성원리, 입자, 파동, 플루토늄 등 어려운 과학 용어와 이론, 이름들이 난무한다. 감탄을 자아낼 만큼 술술 읊어대는 배우들의 언어와 문장은 치밀하고 정교하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의 연극 '코펜하겐'은 여러 수식과 이론들이 충돌하는 동시에 보어와 하이젠베르그, 결국 인간과 인간의 충돌을 보여주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로의 대화 속에서 생활의 예를 들고, 그것은 인간의 삶을 관통한다. 관객은 이들의 대화 속으로 빠져들며 그 속에서 불확실한 인간, 그 삶을 목격하게 된다.
- 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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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코펜하겐'은 '보어의 방문'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두고 여러 가정을 펼친다. 이미 극 자체가 추측이고 가정이며 그러므로 불확실하다. 우리는 이 연극의 행위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결국 판단은 더 불확실한 인간의 몫이다. 전쟁과 과학, 그 사이에 껴 있는 윤리에 대한 두 과학자들의 고민은 그들을 과학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게끔 한다. 연극 '코펜하겐'은 세 번이나 반복된 질문 '왜 하이젠베르그는 보어를 찾아왔는가'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너무나 인간다운 인간, 과학자의 수식을 달고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만을 보여준다. 어려운 이론들과 용어들을 노련하게 읊어낸 배우들은 극의 몰입을 도왔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100여분 동안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 그들의 노력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통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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