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천안함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해 줄 중요한 실마리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30일 "(천안함이 이동한 백령도 인근이) 이전에도 통상적으로 이용하던 지역"이라고만 말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해군 2함대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 대위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천안함처럼 큰 초계함이 섬에 그토록 가까이 가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안함이 15번 정도 다닌 해상"이라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29일 설명이나, 정부 관계자가 30일 <연합뉴스>에 "북한의 최근 군사적 위협 징후와 무관치 않다"고 한 것은 사고의 배경일 뿐 '어떤 지시를 받고 갔느냐'가 해명되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합참으로부터 '천안함' 구조작업 등 현장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백령도 부근, 통상 기동로 맞긴 맞나
장수만 국방차관, 김중련 합참차장,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 등은 30일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을 방문해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인근 1마일 지역은 이전에도 통상적으로 이용해오던 곳이라고 말했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군 관계자들은 김 의장에게 "당시 수심은 24m로 항해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그 항로(백령도 아래쪽 항로)는 작년(11월) 대청해전 이후 북한이 계속해 보복을 경고해왔기 때문에 안전 확보 차원에서 이용해왔고, 그전에도 파고가 높으면 통상적으로 이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천안함이 그날 왜 거기에 갔는지에 대한 군의 공식 대응은 '강풍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부터 2006년 사이 2함대 초계함에서 항해사와 작전관으로 근무한 한 예비역 대위 A씨는 군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1200톤급 큰 초계함은 백령도 1마일 위치까지 결코 들어가지 않는다"며 "상식적으로 그날의 야간 기동 경비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은 일몰 전에 경비선(線)을 지정, 이 이동 경로를 왕복하면서 경비 임무를 수행한다. 미확인 물체나 함대의 지시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경비함은 지정된 경비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A씨는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사고 수역)는 파도가 매우 높아 도저히 항해 경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함대의 지시를 받아 투묘(정박을 위해 닻을 내림)를 하는 구역"이라면서도, "하다 못해 투묘를 위해 그곳으로 갔더라도 그 정도로 섬에 가까이 접근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투묘피항을 할 때 닻이 암초에 끌리는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섬으로 접근하더라도 안전거리 이상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며 "안전거리는 통상 3마일"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이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항해를 했다는 얘기다.
A씨는 "함정의 위치는 15분에 한 번씩 함정과 함대 지휘통제실에서 기점(항적 기록을 남김)을 하게 돼 있고, 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제)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항적이 기록된다"며 "과거의 항적 기록을 열람하면 백령도 1마일 인근까지 들어가는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76mm 함포 사격 이유는?
사고 당시 인근 해상의 속초함이 주포인 76mm 함포를 발포한데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군 관계자들은 김형오 의장에게 "당시 미상의 물체가 포착돼 사격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새떼가 아닌가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군이 발표한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 문제는 군이 함포사격을 실시한 대상이 실체가 있는 적이었는지 등의 의문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천안함 침몰 당시가 비상상황이었는지, 평시였음에도 속초함이 단순 오인사격을 실시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씨는 "76mm포는 초계함의 주포이니만큼 사격 시 함대사령부에 보고를 해야 한다"며 "새떼를 단순 오인사격하면서 76mm포를 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이 그만큼 긴박했기기 때문에 주포를 발사했을 것"이라며 '각 함정과 함대가 1대1 위성전화로 연결돼 기동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새떼를 오인해 사격했다는 군 발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는 해군 예비역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의문 중 하나다.
A씨는 또 "만약 당시가 비상 상황이 맞다면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 천안함 함장이 함장실에서 다음 날의 경비계획을 구상했다는 증언도 말이 안 된다"며 "군이 당시 천안함에 무슨 지시를 내렸는지, 천안함이 어떤 목적을 갖고 해당지점을 통과했는지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의장을 방문한 군 관계자들은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북한의 기뢰, 한국군이 설치한 폭뢰 그리고 북한군의 어뢰 등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6.25 당시 북한이 설치한 기뢰가 (서해에) 남아있을 수도 있고, 70년대 북한 침입에 대비해 (한국군이) 해안가 쪽에 설치한 폭뢰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증언과 일치한다.
"북한군 설치 기뢰, 서해 아니라 동해에 뿌려져" 군은 과거 북한이 설치했다 유실된 기뢰에 의한 천안함 피폭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이를 정면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6.25 전쟁 당시 북한이 4000여기 정도의 기뢰를 소련으로부터 수입해 3000여기를 동.서해에 설치했고 그 후 많은 기뢰가 제거됐지만 물속에 있어 100% 제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기뢰가 흘러 내려와서 우리 지역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30일 "북한이 대량 살포한 기뢰는 서해가 아니라 동해에 뿌려졌다"고 주장했다. 정욱식 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 해군의 그레고리 코니시 대령이 지난 2003년 4월에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김 장관의 추측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게 하는 내용이 있다"며 "북한이 대다수의 기뢰를 설치한 지역은 동해의 원산 앞바다"라고 지적했다. 코니시 대령은 보고서에서 "1950년 (10월 중하순) 맥아더가 계획한 원산상륙작전은 큰 차질을 빚었다"며 "대규모 기뢰밭 제거 준비 부족으로 상륙이 일주일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원산 앞바다에 대규모 지뢰밭이 조성돼 있었다는 뜻이다. 코니시 대령은 또 "미 해군은 소련의 해군 전문가들에 의해 원산에 설치된 3000개의 대량 기뢰밭을 만났다. (…) 세계에서 가장 강한 해군은 기뢰제거부대가 기뢰 제거를 하는 동안 동해에서 머물러 있어야 했다"는 당시 해병대 연합작전 사령관 앨런 스미스 해군 소장의 말을 보고서에 담았다. 정욱식 대표는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 이전에 설치된 북한의 기뢰는 제거됐고, 소련이 제공한 300개의 감응식 기뢰는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3000개의 소련제 기뢰는 서해가 아니라 동해에 설치됐다"며 김 장관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김 장관의 발언은 막연한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며 "국방책임자로서 결코 책임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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