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 장관은 사고 지점에 대해 "(천안함이) 15번 이상 지나간 지역"이라고 주장했으나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PCC) 순천함(1200톤급)에서 근무한 해군 전역자는 "초계함은 물론 고속정도 웬만해서는 지나가지 않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속초함의 76mm 함포사격을 두고 "작전지역에서 주포를 쐈다면 함대사령실의 통신일지에 기록이 남을 것"이라며 주변 레이더기지를 포함, 관련 작전 부대의 통신일지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소극적 대응으로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해 여론의 의혹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인근 작전지역과 사고함과 동급 함선에서 근무한 전역자들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한 목소리로 "국방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두 전역자와의 일문일답.
▲지난 27일 백령도 해병대 부대에서 사고 상황 보고를 받고 있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
■ 2000~02년 백령도 근무한 해병대 전역자 이모 씨(32)
-김태영 장관이 "서해에 한국군 기뢰는 없다"고 말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내가 직접 기뢰를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2001년 7월경에 옛날(70~80년대로 추정) 기뢰 확인작업을 백령도 해병대원들이 했다. 당시 내가 직접 다이버로 들어가 기뢰들을 육안으로 확인하기까지 했다."
-김 장관은 "북한군 기뢰가 있을 수 있고 100% 제거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 기뢰가 북한군이 뿌린 기뢰였다면 수거작업이 신속히 수행됐을 것 같다.
"수거 안 했다. 우리는 그저 기뢰들이 어디 있는가 위치만 확인해서 보고했다. 우리는 그 기뢰들이 북한군 반잠수정을 막기 위해 뿌린 우리측 기뢰라고 들었다. 북한군 침투를 막자고 설치한 걸 왜 제거하나?"
-기뢰가 인근 해역에 몇 발 정도 있는지 혹시 들었나?
"과거 70년대에 미군과 군무원들이 백령도 인근에 기뢰 500~600여발을 설치했었다고 들었다. 그 지역은 휴전선 부근의 지뢰밭이나 다름 없다."
-당시 그 기뢰들은 유실된 상태였나?
"그렇다. 보통 기뢰는 수심 5미터 정도에 가라앉아있기 마련인데 15미터, 20미터 바닥까지 떠내려간 기뢰도 있었다."
-천안함이 유실 기뢰와 충돌해 폭발했을 것으로 보나?
"그렇지 않겠나. 당시 우리가 확인한 기뢰는 도전선(전기선이 기폭제로 활용)이 설치된 구식 기뢰였다. 첨단 장비인 자석식과는 폭파 방식이 다르다. 그래도 이 기뢰의 폭발력이 300파운드다. 대형 빌딩 옥상에 설치된 노란색 물탱크 만하다. 파괴력이 엄청나다.
어떤 내부 결함으로 인해 그 부근까지 접근한 천안함과 충돌해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걸 숨기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군 당국자들이 기뢰 제거 작업을 하지 않고 위치를 파악해두지 않은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천안함 크기의 선박이 백령도 부근에 자주 접근한 적이 있나?
"천안함은 물론, 참수리(130톤급) 같은 고속정도 NLL 1마일(1.8km) 부근까지 접근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가 근무할 동안에는 없었다."
■ 1995~97년 순천함서 전탐병으로 근무한 해군 전역자 서모 씨(36)
-천안함이 NLL 부근까지 접근한 적이 여러 번 있나? 김 장관은 "15번 이상 있다"고 말했다.
"초계함은 정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절대 그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수심이 낮은 곳까지 작전을 뛸 이유가 없다. 참수리 고속정도 접근하는 빈도가 낮다. PCC(초계함) 근무자들 모두가 이 부분에 의문을 갖고 있다."
-평상시 초계함은 작전기동을 어떻게 하나?
"해군 2함대에서는 보통 백령도 남방 5~10마일 부근에서 작전한다. 초계함이든 고속정이든 보통 3척이 인천에서 중국 방향으로 동조기동(똑같은 속도에 일정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같은 방향을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말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거나, 천안함만 특정 지시를 받지 않았나 의심스럽다. 군에서 빨리 이 의혹을 해결해줘야 한다."
-얕은 수심 때문에 스크루가 암초와 충돌했다는 의혹도 있다. 신빙성 있다고 보나?
"암초와 충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아까 말했듯 초계함은 평상시 기동지역만 다닌다. 육지에 육로가 있듯 바다에는 해도가 있는데, 매일 다니던 길에는 해도에 암초 위치가 다 표시돼 있다. 그런데 배가 침몰한 지역은 평소 기동하지 않던 지역이니 암초에 부딪힐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크게 폭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근무할 때 기뢰에 대비한 훈련을 자주 받았나?
"관련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위험성에 대한 교육은 받았지만 가상 기뢰에 대응하는 훈련은 해보지 않았다. 주로 표적훈련을 했다. 나는 해군이 평상시 기뢰를 매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다만 배 함미에 폭뢰(대잠수정 공격 무기)를 싣고 다니니 이게 어떤 이유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속초함이 왜 76mm포를 발사했는지도 의문이다. 근무 당시 미확인 물체를 겨냥해 76mm포를 발사하는 일이 일어나곤 했나?
"이 문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76mm포는 화력이 엄청난 주포다. 이걸 작전지역에서 쐈다면 100% 적을 확인해서 쏜 것이다. 그리고 함장이 함대장에게 MTS라는 무선핫라인으로 보고해 사격 허락도 받아야 한다. 해군함대사령실의 통신일지를 확인해보면 보다 정확한 사정을 파악 가능할 것이다."
-정말 군의 말대로 새떼를 오인해서, 다급한 상황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나?
"황당한 일이다. 새떼는 바다에서 근무하면 수백번은 넘게 본다. 엄청나게 기동이 빠르기 때문에 레이더에서는 보통 비행물체로 인식된다. 비행물체가 해수면에 올 리는 없잖나? 비행물체로 오인했다면 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
-병사가 착각했을 수도 있지 않나?
"레이더 전탐실에서 근무에 미숙한 병사가 착각했다고 치자. 그러나 초계함에는 레이더가 두 대 달려 있다. 함교(지휘조정실)에도 레이더가 있는데 이 레이더는 하사관이나 장교가 확인한다. 숙련된 사람들이 그런 미숙한 일을 저지를 리 없다."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
"인근 섬에 레이더기지가 있다. 백령도에 2개가 있고 소청도에도 있다. 평상시와 다른 일이 있었다면 분명히 무전교신으로 올라간 이유를 교신 했을 것이다. 이들 레이더 기지의 통신일지를 확인해야 한다. 해군에서 뭔가를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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