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반나체 연행자' 대부분이 민간인…내부서 하마스 비난 목소리도

풀려난 이들 폭행 증언·피난길 민간인 연행도…NYT "가자서 하마스 비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에 비하면 미미"

지난주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남성들이 속옷 차림으로 연행되는 이미지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언론이 이들 중 10~15%만이 하마스 관련자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 8000명에 육박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군 보복의 발단이 된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비판도 일부 표출됐다.

10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유포된 이미지가 이스라엘군이 중심부에 진입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힌 가자지구 북부 "슈자이야와 자발리아"에서 촬영된 것임을 확인했지만 이스라엘군에 의해 배포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유포된 이미지 속 남성들은 무기 소지 여부 관련 수색을 받은 것이고 무장 세력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추가 심문을 받기 위해 옮겨졌지만 비전투원으로 판명된 이들은 풀려났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그는 8일 테러 활동에 연루된 혐의로 200명 이상을 체포했지만 수십 명 만이 보안기관인 신베트 등으로 이송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일께부터 온라인에 이스라엘군이 속옷만 입은 남성 수십 명을 쪼그려 앉게 한 채 경비를 서는 이미지, 유사한 차림의 남성 수십 명이 구덩이 앞에 눈을 가리고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이미지, 반나체의 남성들이 이스라엘군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이송되는 이미지, 속옷 차림의 남성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무기를 반납하는 듯한 이미지 등이 유포됐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이미지를 유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10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일부 사진과 영상은 군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하마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출됐다는 추측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현지 방송 채널12을 인용해 관련해 구금된 인원이 7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10일 고위 보안 당국자들이 최근 유포된 체포 이미지 속 팔레스타인인 중 10~15%만이 하마스 요원 및 조직원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안 당국자들은 해당 사진들이 공개된 것이 가자지구에서 전투 중인 하마스 조직원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반나체로 끌려 갔다 풀려난 가자지구 남성들은 직접적 폭행 또한 당했다고 증언했다. 유포된 이미지 중 하나에 찍혀 있는 마흐무드 알마둔은 <워싱턴포스트>에 그가 13살 아들, 72살 아버지 및 다른 친척 몇 명과 함께 7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집에서 끌려 갔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이스라엘 전차(탱크)가 집 근처로 왔고 군인들이 남성들을 집에서 나오도록 한 뒤 속옷 차림으로 땅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게 했고 이후 트럭에 실어 어느 해변으로 싣고 갔다.

알마둔은 "구금된 사람들 중 하마스 또는 다른 어떤 종류의 전투원도 없었다"며 해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물과 음식을 요청하니 욕설과 발길질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자정을 넘긴 한밤중에 군인들이 베이트 라히야 인근에 풀어 줘 맨발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슈자이야 지역에서 체포된 마흐마드 님르 살만도 이스라엘 군인들이 "'하마스 편인가'라고 물을 때 '아니다'라고 답하면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곤 했다"고 <AP> 통신에 증언했다. 이들 일행은 5일 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이스라엘 쪽은 무장 조직과 관련이 없는 남성들은 석방했다고 밝혔지만 함께 끌려간 이들과 가족들은 전투원이 아닌데도 풀려나지 못한 이들이 많다고 증언했다. 살만은 <AP>에 자신의 아들 암자드가 여전히 풀려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무장 조직에 관여하지 않은 알마둔의 사촌 2명도 풀려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및 전문가들은 연행 방식 및 연행 대상이 민간인이라는 데 우려를 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 오마르 샤키르는 <워싱턴포스트>에 "민간인을 구금하고자 한다면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수십 년 동안 점령지에서 자행한 학대적이고 차별적인 구금 관행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유포된 이미지에 대해 모든 구금자들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인간성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대우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브라이언 피누케인 선임 고문은 대피령 뒤에도 남아 있던 군인 연령대의 남성들을 연행했다는 이스라엘 쪽 설명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군인 연령대의 남성이 전투원이라는 가정은 문제가 있다"며 대피령을 내렸다고 해서 "이에 따르지 않은 이들을 추정적으로 체포하거나 구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포된 이미지 속 연행 외에도 지금까지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쪽으로 이스라엘군의 지시에 따라 대피하던 민간인들도 다수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장 모하마드 아부 살미야 또한 지난달 환자 대피 중 이스라엘군에 연행됐다.

지난달 22일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칸유니스로 대피하던 카울라 살렘(40)은 그의 19살 딸 아실이 대피 중 네차림 검문소에서 연행당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지난달 인질 협상을 통해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 라마 카투르는 이스라엘 북부 데이먼 교도소에서 이런 방식으로 끌려 온 여성들이 음식을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고 때로 구타 당했으며 그 중 한 명의 이름이 아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투르는 이스라엘 쪽이 명확한 혐의 없이 "가족과 주변에 대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이들을 끌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폭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가자지구 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부터 10일까지 하루 동안 사망자만 297명에 이르고 이번 분쟁이 시작된 10월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사망자 수는 1만 799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외신은 미국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몇 주 안, 적어도 1월 안에 끝날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차치 하네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이 채널12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기한(데드라인)을 설정한 바 없다"며 전쟁이 몇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명 피해가 끝없이 이어지며 가자지구 주민 일부가 하마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10일 가자지구에서 만난 한 피난민 남성이 "우린 지쳤고 이만하면 충분하다"며 "무슨 해결책을 원하는가? 그냥 포기하고 항복하라"고 하마스에 촉구했다고 전했다. 남성은 "신와르는 그 자신의 민족을 죽이고 있다"며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는 그의 민족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내부에 하마스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를 측정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전투 방식에 대한 분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데 비해 전쟁이 계속되는 것 자체로 이스라엘의 경제와 국제적 입지가 손상되며 다음 세대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를 키울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하마스에게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8일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veto)을 행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부결된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유엔 총회가 12일 휴전 결의안을 표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총회에서 채택되는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관련 국제사회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8일 가자지구 휴전 관련 안보리 결의안 표결 땐 15개 이사국 중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영국이 기권하고 미국의 거부권으로 통과가 불발돼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도주의 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해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인류에 반하는 투표"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 8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서 속옷 차림의 팔레스타인 억류자들을 태운 트럭 옆에 서 있다. 앞서 소셜미디어(SNS)에 확산된 연행 장면을 둘러싸고 인권 침해 비판이 빗발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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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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