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점령 아닌 안보 조치만?' 이스라엘 모호한 구상…미 "점령 좋지 않다"

이스라엘군 "가자시티 심징부 진입" 시가전 임박 시사…가자 희생 국제 비난에도 이스라엘 주민들 '강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쟁 종료 뒤 가자지구 통치를 시사하는 발언 뒤 미국 백악관이 "재점령은 좋지 않다"며 경고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심장부에 진입했다고 밝혀 시가전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민간인에게 남부 대피를 촉구하며 대피로를 열었지만 남부 공습을 멈추진 않았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 명을 넘기며 국제적 비난이 빗발치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거의 없다는 보도가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에게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종료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무기한 전반적 안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해당 발언은 사실상 이스라엘이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 다시 한 번 점령 체제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로 향하는 길"을 지지한 바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 발언이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 수석 고문인 마크 레게브는 CNN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어떤 종류의 지속적 점령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 격퇴 뒤 "원점을 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스라엘 보안 주둔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것이 가자지구 재점령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한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전략장관인 론 데르머도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말한 "무기한 안보 책임"은 이 지역을 비무장 지역으로 유지하고 이스라엘군이 새로운 테러 위협에 맞서기 위한 보안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의미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거나 통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7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쟁 종료 뒤 누가 가자를 통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 조치와 점령은 다르다는 주장이지만 두 가지가 명확히 분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선임 국제기자 피터 보몬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현장에서의 안보 조치를 그에 수반되는 광범위한 법적 의무와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라며 "국제인도법에따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장기 주둔하면 점령이 훨씬 더 명확해지고 점령군으로서의 분명한 책임이 부여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제네바 협약에 의해 점령군은 식량과 의약품은 물론, 의복, 침구류, 쉼터 및 기타 점령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을 적절히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전투 일시 중지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7일 미 매체 <악시오스>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인질 협상 진전을 위해 3일 간의 일시 중지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 및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3일 간의 전투 중지 기간 동안 하마스가 10~15명의 인질을 석방하고 모든 인질의 신원을 확인해 명단을 넘기는 방안이 미국, 이스라엘, 카타르 사이에서 논의 중이라고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매체는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들이 인질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에 전달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투가 3일 간 중단될 경우 이스라엘이 지금과 같은 국제적 지원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2014년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인도적 전투 일시 중지 기간 동안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 1명을 납치하고 여러 명을 살해한 전적도 네타냐후 총리가 총리가 전투 중지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6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통화에서 전술적 일시 중지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해당 논의가 "시작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통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고 7일 CNN에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분명히 밝힌 것 중 하나는 우리가 계속해서 이스라엘 편에 설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안보 지원, 도구, 무기, 하마스를 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남부로 대피 촉구했지만 남부 공습도 이어가…북부 알시파 병원은 '난민촌' 돼

7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심장부"에 들어섰다고 밝히며 시가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를 보면 갈란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심장부에 있다. 그들은 남과 북에서 왔고 지상군, 공군, 해군의 완전한 협력으로 습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도보, 장갑차, 전차(탱크)를 통해 공병과 함께 모든 방향에서 가자지구의 하마스 테러리스트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며 "가자시티를 둘러싼 올가미를 조이고 있다"고 포위망을 좁히고 있음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를 고립시키며 민간인들에게 남부로 대피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북을 관통하는 살라알딘 도로를 7일까지 나흘 연속 하루 4시간 가량 개방해 주민들을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도록 했고 유엔 감시단은 이 기간 동안 1만5000명 가량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가자지구 230만 명 인구 중 150만 명 가량이 피난민이 된 상태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습이 북부에 국한되지 않으며 남부도 결코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7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밤사이 남부 라파 동쪽 주거용 건물이 세 차례 폭격 당해 23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남부 칸유니스에도 공습이 가해져 팔레스타인인 16명이 사망했다.

<로이터>는 칸유니스 공습 현장에서 한 남성이 폭격을 맞아 납작해진 집으로부터 분홍색 잠옷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아이의 주검을 운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어린 소녀는 살아 남았지만 다리에 떨어진 콘크리트 판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한 무리의 남성들이 맨손으로 아이를 구하려 애쓰고 있었다. 칸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병원에는 흰 수의로 감싼 주검이 문 밖에 줄지어 놓였고 주검의 길이로 보아 어른과 아이가 섞여 있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1만328명이 사망했다.

안전이 보장된 곳도, 이스라엘에 대한 믿음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주민들은 여전히 북부에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가자지구 내무장관 이야드 알바잠은 7일 가자지구 북부에 여전히 90만 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데이비드 새터필드 중동 인도주의 문제 특사는 지난 주말 가자지구 북부에 최소 35만~40만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남부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하고 있지만 북부엔 이마저도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근처까지 도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병원 인근 및 병원 일부에까지 공습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이 사실상 난민촌이 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에 하마스 작전 센터가 은폐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신은 7일 알시파 병원 주차장이 임시 천막 쉼터로 꽉 찼고 수천 명의 난민들이 복도와 계단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며 계단과 창틀에 개인 소지품이 널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한 달이 지난 7일 이스라엘 전역에선 추모 행사 및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으로 주로 민간인인 1400명이 사망하고 240명 이상이 인질로 납치됐다. <가디언>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날 오전 11시께 예루살렘 등에서 많은 이들이 거리, 직장, 카페에 서서 묵념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고 기도했다. 공공기관이 마련한 추모 행사에도 수천 명이 참석했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도 인질 석방을 기원하고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이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텔아비브 디젠고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하마스에 살해되거나 납치 당한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을 놓아둔 채 촛불을 켜고 추모했다.

하마스 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의 무자비함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들끓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군사 작전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징후가 거의 없고 최전선 군인들에 대한 지지도 높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P> 통신은 오히려 이스라엘인들은 전세계적으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증가하고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악마화 되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남부에서 보도하는 BBC 국제 편집자 제레미 보웬은 7일 "현재 이스라엘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마음을 강경히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은 (가자지구 피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마스가 초래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 건물 주변이 피난민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천막으로 가득 차 있다. ⓒAFP=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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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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