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이스라엘 압박하는 미국, 전면전 1월엔 끝날까

미, 민간인 보호 발언 거듭하면서도 무기 지원 축소 등 실질적 조치 없어

미국 정부에서 최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거듭 나오지만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 지원 축소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 대한 국내외적 압력과 이스라엘의 여력 탓에 고강도 전투가 1월을 넘겨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남부 공세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가 "군사적 지원 제한 위협" 등 이스라엘이 미국의 민간인 보호 촉구를 "듣도록 강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두 명의 미 당국자에 따르면 미 정부는 관련해 현재의 비공개 협상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무기 공급 보류나 이스라엘을 가혹하게 비판하는 안은 배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통신에 미국의 외교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근거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부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의 하루에 200대의 구호 트럭 진입을 허용한 바 있다는 점을 들었다. 통신은 미 당국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이는 것은 "다른 세력을 분쟁에 개입하도록 하고 억제 효과를 약화시키며 이스라엘의 다른 적들을 부추기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고할 가능성이 낮다고 짚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이 종료된 지난 1일 온라인에 게시한 가자지구 대피 구역 지도를 근거로 미국의 민간인 보호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대피 경고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공습이 가자지구 전역을 강타하며 안전이 보장된 구역이라는 것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라이언 피누케인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 선임 고문이 "민간인 피해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새 작전이 앞선 작전들과 유의미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 오마르 샤키르는 가자지구를 2400개 가까운 지역으로 쪼갠 정밀한 지도가 원칙적으론 광범위한 대피령보다 도움이 되지만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모든 지역을 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안전한 장소도, 대피로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군이 계속해서 인구 밀집 지역에 폭탄과 중화기를 사용해 "민간인 사망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민간인 보호 촉구 발언을 재차 내보내고 있긴 하다. 2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임을 당했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민간인 보호는 "도덕적 책임이자 전략적 의무"라며 민간인 보호 실패 땐 "전술적 승리가 전략적 패배로 바뀐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공개 발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할지 여부"라며 1일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미국이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2천 파운드(약 907kg)급 항공폭탄 BLU-109 100발을 이스라엘에 지원했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미군이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사용한 해당 폭탄은 콘크리트 방공호를 관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해당 폭탄을 포함해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에 폭탄 1만5000여발과 155㎜ 포탄 5만7000여발 등을 공급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매년 이스라엘 38억달러(약 4조9951억원)의 군사 원조를 보내고 있고 이번 분쟁 발발 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의회에 140억달러(18조4030억원) 추가 지원 승인을 요청했다. 미 싱크탱크 중동민주주의프로젝트의 세스 바인더 국장은 <로이터>에 이러한 지원이 미국 정부가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지만 "지금까지는 영향력을 사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특정 유형의 장비를 보류하거나 다양한 무기 재고 보충을 지연시키면 이스라엘 정부는 전략과 전술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내년에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삭감 시도는 친이스라엘 유권자들을 잃을 수 있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정부에서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강한 목소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 부통령 등에 의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반대, 국제적 압력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인내심이 올해 말에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현재 정책 유통기한은 "4~6주"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 전쟁이 1월에도 지속된다면 민주당 내 반대와 강한 국제적 압력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 규모를 축소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으로 봤다.

미 CNN 방송도 5일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의 현재와 같은 가자지구 지상 침공이 향후 몇 주 간만 지속되고 1월까진 특정 하마스 무장 세력과 지도자들을 좁게 겨냥한 저강도, 초국지적 전략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한 이스라엘 관리도 "향후 몇 주 간 고강도 작전을 수행한 뒤 아마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미국의 평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고강도 작전, 특히 동원된 예비군을 무기한 유지할 수 없으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표적 공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사상자 급증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철회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좌초 위기다.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정부가 국경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5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5일 미국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 연설에서 지원안 통과가 지연되면 "이 전쟁(우크라이나전)에서 패배할 위험이 커진다"고 호소했다.

한편 5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심장부"에서 작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CNN을 보면 이날 이스라엘군 남부군 사령관 야론 핀켈만 소장은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 중심부에 주둔하고 있으며 전투 측면에서 "지상 작전 개시 뒤 가장 치열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중심부"와 "슈자이야 중심부"에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당국은 10월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1만624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죽이고 240명을 납치했다.

▲6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방 안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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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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